“중기청 개편안은 현장의견 도외시”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최근 정부의 중소기업 범위개편안에 대해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합리적인 기준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중소기업 범위기준 지표를 매출액으로 단일화해 업종에 따라 400억·600억·800억원 등 3개 집단으로 나누는 안을 제시했다. 현행 매출액 상한 기준인 1500억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 범위기준 지표를 매출액 기준으로 단일화한다는 전제에는 공감하지만, 중기청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업종별 매출액 기준’은 지나치게 낮아 현장과 괴리감이 크다”며 “중소기업 범위를 매출액 기준으로 최소 2000억원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中企 비중 감소 등 부작용 우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개편안 적용 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비중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진다는 점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중소기업 비중이 97.59%로 축소돼 일본 99.0%, 미국 99.7%, 독일 99.5% 보다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정책대상에서 제외되는 중소기업이 너무 많다는 점도 중소기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기청의 업종별 매출액 기준이 공청회안대로 진행될 경우 1302개의 업체가 중소기업 지위를 잃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ITC 분야의 벤처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의 경우, 급성장을 통해 순식간에 매출 1000억원을 넘나드는 하이-리턴 구조를 가지고 있어 중소기업의 성장속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구리나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제조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매출과 연동돼 웬만한 규모의 중소기업도 매출 1000억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의견이다.
중소기업계는 범위 축소로 상위 중소기업이 대거 중견기업으로 이동하게 되면 ‘중소기업은 영세하고 열악하다’는 부정적 사회인식이 더욱 고착화 될까 우려하고 있다. 상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이동하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간 한정된 정부 재원을 두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또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 고급인력의 중소기업 취업기피와 인력 미스매칭 심화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中企 의견 무시 속전속결
중기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범위 변경 필요성에 공감한 중소기업인의 69.4%가 현재 설정된 지표 상한이 ‘경제규모의 성장수준과 맞지 않아 변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매출액 적정선은 △1500억원 36% △3000억원 35.3%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는 중소기업 범위개편에 중소기업계는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중견기업 4000개 육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이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성장사다리 구축’이 아닌 단순히 중소기업 범위기준 개편을 통해 통계적으로 달성코자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정부의 이번 개편 작업이 전례 없이 일방적이고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중소기업계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개편안 추진은 충분한 사전 업계의견 수렴이나 조율 없이 단 한차례의 공청회만으로 성급하게 강행되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범위개편을 하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불만이다.
◇매출기준 최소 2천억은 돼야
중기중앙회는 이러한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바탕으로“매출액 기준은 경기변동에 탄력성이 있어 최대한 여유 있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범위를 매출액 기준으로 최소 2000억원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소기업의 누적매출액 증가율은 약 32%다. 이를 현행 상한기준인 매출액 1500억원 기업에 적용하면 3년 후에는 약 2000억원에 육박한다.
매출액을 범위기준으로 정할 경우 ‘가이드라인’은 향후 수년 동안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목표로서의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또한 가업승계시 ‘상속세 공제대상’의 매출액이 2000억원인 점도 이같은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상속세 공제대상도 실질적인 중소기업을 의미하고 있는 만큼 범위기준의 차이는 대상에 대한 혼란을 심화시킬 소지가 있다”면서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대상과 같이 2000억원으로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