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문제만 해결해주면 8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GM회장의 제의에 박근혜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답변하면서 통상임금문제는 향후 우리나라의 기업경영 및 노사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통상임금이란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시 지급되는 가산임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임금으로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행정지침을 통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수당 등은 통상임금범위에서 제외시켜 왔는데 법원이 법리에 입각해 이들을 범위에 포함시키는 결정을 잇달아 내리면서 노사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법부의 판결과 행정부의 행정지침간의 괴리를 막기 위해 대법원은 지난 9월 노사양측의 의견을 듣는 공개변론회를 가졌고 연말에 전원합의체 판결로 최종적인 입장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 판결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노사의 희비는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상임금범위가 확대되는 쪽으로 결정이 나면 사용자측은 경총 추산으로는 38조6000억원, 노동연구원 추산으로는 21조9000억원의 미지급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 혜택 대기업 정규직만
이렇게 근로자에 유리한 결정이 나면 모든 근로자들은 기뻐할까? 유감스럽게도 판결로 기뻐할 수 있는 근로자는 노조가 조직돼 있는 대기업 정규직뿐이다. 노동연구원 추계에 입각해 근로자 1인당 평균 수혜액을 계산해보면 대기업 정규직은 749만원, 중소기업 정규직은 127만원, 중소기업 근로자가 대부분인 비정규직은 11만원에 불과한데 노조 조직율이 매우 낮은 중소기업은 소송을 제기하기도 어려워 임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다.
대기업 정규직에 추가로 지급해야 할 임금부담이 늘어나면 대기업은 어떻게 대응할까? 우리나라처럼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의 교섭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는 추가되는 임금부담은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그렇잖아도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런데 추가적인 임금부담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문제의 원인이 된 통상임금범위를 명확히 하고 임금체계가 합리적으로 개편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중소기업 친화적 임금체계 개편을
그러나 정규직 노조가 추가임금만 받고 임금체계 개편에는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고 한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만 혜택을 볼 뿐 사용자는 물론이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이 가장 바람직한가? 대기업 정규직보다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대기업의 비용부담이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에 전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통상임금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전략 조합이 사회와 노사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 조합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시킬 수 있느냐이다. 먼저 통상임금범위에 관한 결정은 노사가 아닌 대법원에 공이 넘겨져 있다. 법리에만 충실해 통상임금범위를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경제와 대다수 근로자의 이익을 고려해 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지 상식적인 판단이 요청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이 된 임금체계 개편에는 노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혼란과 갈등을 가져온 통상임금범위를 명확히 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압도적 다수이면서도 근로조건은 매우 열악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임금체계 개편은 중소기업친화적, 비정규직 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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