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가 ‘성적표’ 6년만에 최저 수준
연말 경기 회복세가 기대되던 상황에서 저환율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지난 3분기 실질 GDP가 전년 동기 대비 3.3%나 성장하면서 불황을 박차고 일어선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과 엔저 공습으로 수출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사실 환율 문제는 국내 중소 수출기업 뿐만 아니라 수입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절대적 지표다. 수출입 시장의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과 상승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수출기업에겐 환율 상승이 호재지만 수입기업에겐 악재다. 수입기업들에겐 환율 하락으로 원화가치가 높아져 비용절감 효과가 생긴다. 반대로 수출기업들은 수출하면서 결제 받아야 하는데 달러당 원화가 줄어들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현재 저환율 시대엔 수출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꾀하는 이들 기업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분위기다. 부산에 있는 A수산은 매월 약 1~2억엔 상당의 수산물을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100엔당 1300원~1400원 하던 환율이 올해 상반기 115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 최근엔 1050원선까지 추락해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A수산 관계자는 “환율하락폭을 상쇄할 만큼 엔화 수출단가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미 수출물가 지표는 참담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입 물가가 동반 하락했다고 밝혔다. 수출 물가 수준은 5년8개월 사이 최저 수준까지 내려섰다.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수출입물가지수’ 집계 결과 지난달 수출물가 지수는 전월보다 1.9%, 1년 전보다 4.6%나 떨어졌다. 전월과 비교하면 수출 기업이 같은 상품을 팔고도 원화 마진이 평균 1.9% 줄어들었단 의미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원달러 환율 마지노선이 있다. 달러당 1050원이다. 올해 연초에 1056원까지 내려가면서 환율 적신호가 켜졌었다. 수출입 전문가들은 1050원이 무너지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수출경쟁력이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이 1%포인트 하락할 때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094%포인트 내려가는 반면, 중소기업은 0.139%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환율 하락에 중소기업이 받는 타격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작 중소기업들은 환위험 관리에 있어 거의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환위험을 아예 관리하지 못한다는 중소기업이 65.1%에 달한다는 통계치를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환변동 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2008년 1253개에서 2012년 369개로 대폭 줄어드는 추세다.
부산 녹산공단 소재 Y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 재무담당 부장이 환율이 크게 움직일 때 마다 CEO에게 변동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고 수출로 유입된 달러와 유로의 매매를 결정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재무담당 부장은 “좀 더 체계적인 환위험관리를 위해 시중의 환위험관리 서적도 모두 살펴봤지만 환위험 관리의 기본 개념 자체도 생소해 매번 난감한 심정”이라고 고백한다.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일제히 내년에도 환율하락을 점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각각 1074원을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 1060원, 현대경제연구원 1070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055원로 내다봤다. 1050원 붕괴도 예측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화가 올해 연말까지 달러당 1050원을 유지하고 내년엔 1000원을 향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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