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인 시대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놀라운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현대인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마리프트, 복부지방 및 주름제거 수술, 보톡스 그리고 미세막파술 등의 발달로 60대가 50대 심지어는 40대로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언제쯤이면 스스로를 중년이라고 생각할까?” 라는 질문에 어떤 사람은 40대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50대라고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어모털리티(원서:Amortality, 퍼플카우刊)>는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사회현상을 다룬 책이다. 저자인 캐서린 메이어(Catherine Mayer)는 ‘타임’지의 유럽 총괄 편집장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풍조에 대해 ‘어모털리티(Amortalit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어모털리티’란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mortal’에 부정을 의미하는 ‘a’를 붙여 ‘영원히 늙지 않는’이라는 의미다. 그가 말하는 어모털족(族)은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나이를 잊고 사는 ‘어모털리티’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며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어모털족은 태어난 때로 계산하는 나이를 거부한다.
이제 마케터들은 더 이상 나이로 소비자를 분류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각 연령대별로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서 기업 활동이나 마케팅에 적용했던 각종 이론과 데이터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타임’지는 <어모털리티>에 대한 서평에서 “나이에 맞고 안 맞고는 어모털족에게 중요하지 않다. 대신 이들은 끊임없이 열망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갈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모털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탓에 사회적 규범 또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 ‘나이에 맞는’이라는 수식어는 의미가 없다. 황혼 이혼, 황혼의 카사노바들이 대거 등장한다. 어모털족에게 은퇴는 매력 있는 제안이 아니다. 유럽의 경우 60세 이상 인구가 37%에 이른다. 진정한 마케터라면 나이를 의식하지 않거나 실제 나이보다 더 젊게 살아가는 어모털족에 대한 연구를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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