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양우석 감독의 영화, ‘변호인’의 기자, 평론가 시사회에서 감독과 주연 배우들은 한결같이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해주세요”라고 했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부탁이 나온 이유는 시사회 이전부터 인터넷에 영화 모델과 사건에 관련된 부정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떠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 홍보사는 ‘변호인’이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사건과 인물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했다. 즉 노무현 전대통령이 주인공 모델임을 밝힌 것이다. 
1980년대 초 부산. 학벌 달리고 빽도 없는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은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당시 변호사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부동산 등기와 세금 자문에 나선다. 동료 변호사와 친구들은 “돈밖에 모르는, 시대 의식도 없는 놈”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자신이 막노동하며 지었던 아파트에 입주하고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게 된 송 변호사는 자식 굶기지 않게 된 자신이야말로 떳떳한 가장이란 자부심으로 꽉 차있다.
송 변호사는 배곯아가며 고시 공부하던 7년 전에 밥값 떼먹고 도망간 죄를 갚고자, 순애(김영애) 아줌마네 국밥집을 단골로 드나들며 정을 나누고 있다. 순애네로부터 행방불명된 대학생 아들 진우(임시완)를 찾아달라는 호소를 듣게 된 송 변호사. 대학생들 데모를 배부른 짓이라 비난했던 그이지만,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진우를 면회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누구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시국 사건, 송 변호사는 외친다. “제가 하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더”
‘변호인’은 가난을 면하는 것이 인생 목표의 전부였던 평범한 변호사가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영화다. 이렇게 간단하게 요약하면 결말이 뻔히 보이는 영화, 교훈을 앞세운 영화, 시대 의식을 강요하는 영화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줄거리만 간추리면 이런 비난을 면키 어렵지만,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갔는가를 찬찬히 살펴보면 감탄과 칭찬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다.
‘변호인’은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빼어난 상업 영화다. 상업 영화의 쉬운 어법을 택하면서 순수한 웃음과 묵직한 감동까지 주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물과 이야기가 내 편, 반대 편으로 갈리는 단순한 이분법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은 세심한 연출에 힘입어 이 도식을 넘어선다. 정의와 진실의 열변, 조작과 술수가 대비되는 다섯 번에 걸친 재판을 지켜보는 동안에는 스릴과 전율을 느끼게 된다. ‘변호인’은 한국 영화의 취약점이었던 법정 드라마의 발전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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