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220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구림마을

수은주가 영하를 가리킨다고 방 안에 움츠리고 있으면 몸은 더 무겁고 나른해진다. 활동량을 늘려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야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마음이야 밖에 있지만, 몸은 따뜻한 걸 원한다. 이런 때 건강 에너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가 영암이다. 그곳에는 쇠한 기력을 찾아줄 낙지 요리와 ‘호남의 금강산’ 월출산이 있다.

40여년 전만 해도 학산면 독천리는 갯마을이었다.
영산강하굿둑이 생기면서 갯벌이 사라지고 낙지도 자취를 감췄지만, 낙지 전문점 30여곳이 여전히 영암 낙지의 명성을 잇고 있다.
낙지 골목의 대표 음식은 갈낙탕이다. 쇠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이는 음식으로, 연포탕과 갈비탕을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우시장이 열려 쇠갈비를 구하기 쉬웠기에 갈비탕에 낙지를 넣고 끓였는데, 국물 맛이 진하면서도 시원하더란다. 쫄깃한 낙지를 씹는 재미와 갈비를 뜯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연포탕도 인기다. 채소를 넣고 말갛게 끓인 연포탕은 낙지의 부드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데치듯이 끓인다. 낙지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산낙지를 선호한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기름소금 바른 낙지를 통째로 먹는다. 입안에서 꿈틀대는 낙지의 차진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낙지를 데쳐서 각종 채소와 함께 무친 낙지초무침은 새콤해서 산낙지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좋다. 낙지초무침 양념에 참기름, 김 가루를 뿌려 밥을 비벼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다음은 눈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월출산으로 간다.
영암 여행은 월출산에서 시작해 월출산으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명산 아래 영암의 대표 여행지가 모여 있다.
월출산 아래 영암구림마을은 2200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다. 일본에 학문을 전한 왕인 박사,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국사, 고려 태조 왕건의 책사 최지몽 등이 구림마을 출신이다. 마을의 역사가 오래됐다고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처럼 전통 마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옥과 양옥, 심지어 일본식 가옥도 있다. 길가에 늘어선 전봇대와 전선이 옥에 티이기도 하지만, 정겨운 풍경이 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나지막한 돌담 사이로 소담한 골목길이 펼쳐지고, 모퉁이를 돌아서면 운치 있는 정자가 반긴다.
비둘기 구(鳩), 수풀 림(林)을 쓰는 마을 이름에는 도선국사의 탄생 설화가 전한다. 마을 중심에는 도선국사의 탄생과 관련한 국사암이 있다. 국사암에서 큰길로 나오면 소나무 사이에 자리한 회사정과 만난다. 촌락 사회의 운영을 논의·의결하는 주민 자치 조직인 대동회의 집회 장소다. 3·1운동 때 독립 만세의 함성이 울린 역사의 현장이다.
회사정에서 냇가를 따라 마을로 들어가면 죽정서원이 있다. 그 왼쪽으로 조선 성종 때 경기체가 ‘금성별곡’을 지은 박성건이 후학을 양성하던 간죽정이 자리한다. 이외에도 호은정, 육우당, 서호사, 동계사 등이 있다.
구림마을을 돌아보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도기박물관과 하미술관이다. 영암도기박물관은 1986년과 1996년 이화여대박물관이 구림도기가마터를 발굴하면서 만들어졌다. 지역에서 출토된 옹관과 구림도기, 가마터 등이 전시됐다. 도기는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구운 다음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가 합쳐진 말로, 굽는 온도에 따라 자기, 도기, 옹기, 토기로 나뉜다. 1280℃ 이상 고온으로 구우면 자기, 1250℃ 정도는 도기다. 항아리나 뚝배기 같은 질그릇이 도기에 속한다. 전시실에는 재일 교포 하정웅 씨가 기증한 한국과 일본의 도기, 해외의 도기를 전시한다. 여행객이 직접 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 교실도 열고 있다.
영암군립하미술관은 하정웅 씨가 기증한 조각, 판화, 공예, 사진 등 미술품 3030여 점을 기반으로 전시실을 운영한다. 지역 미술관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전시 작품 수가 많고, 마르크 샤갈, 마리 로랑생 등 수준 높은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구림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 왕인박사유적지가 있다. 왕인 박사는 <천자문> 1권, <논어> 10권과 도공, 제기 기술자 등을 데리고 일본에 건너가 우리 문물을 전한 인물로, 일본에서는 ‘고대 문화의 시조’라 불린다.
유적지에는 왕인 박사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사당, 왕인 박사 탄생지, 왕인 박사가 수학하던 문산재와 양사재, 책굴, 후학들이 조각한 2.75m 높이의 왕인 석상, 왕인 박사를 상징하는 계곡 성천, 전시관 등이 잘 정돈됐다.
도갑사는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해탈문(국보 50호)를 제외한 건물이 대부분 불에 타서 고졸한 멋은 없다. 도선국사가 도갑사를 떠나며 “내가 떠난 뒤 철모 쓴 자들이 와서 절에 불 지를 것이다”라고 예언했는데, 한국전쟁 때 군인들에게 화를 당했다. 해탈문은 단아하면서도 예스럽고 소박하며, 계단 소맷돌에 새겨진 태극 무늬가 이채롭다. 대웅보전 뒤로 난 산길을 올라가면 투박하지만 단아한 석조여래좌상(보물 89호)이 미륵전에 봉안됐다.

■여행정보
○ 당일 여행 코스
독천 낙지마을→구림마을(영암도기박물관, 영암군립하미술관)→왕인박사유적지→월출산
○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독천 낙지마을→도갑사→월출산
둘째 날 / 구림마을(영암도기박물관, 영암군립하미술관)→상대포→왕인박사유적지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영암문화관광 tour.yeongam.go.kr
 - 영암구림마을 ygurim.namdominbak.go.kr
 - 영암도기박물관 gurim.yeongam.go.kr
 - 도갑사 dogapsa.org
○ 문의 전화
 - 영암군청 문화관광과 061)470-2255
 - 월출산온천관광호텔 061)473-6311
 - 영암도기박물관 061)470-6851
 - 영암군립하미술관 061)470-6841
 - 왕인박사유적지 061)470-6643
 - 영암구림마을 061)472-0939
 - 도갑사 061)473-5122
○ 대중교통 정보
 버스 : 서울-영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8:00, 10:30, 14:40, 16:50) 운행, 4시간 50분 소요.
○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목포 IC→2번 국도(영암 방면)→영산호방조제→학산면 소재지(독천 낙지마을)→819번 지방도로→월출산온천
○ 숙박 정보
 - 구림전통한옥민박 : 군서면 죽정서원길, 061)472-4581
 - 목원당 : 군서면 죽정서원길, 061)473-7077
 - 월인당 : 군서면 모정1길, 061)471-7675
○ 식당정보
- 청하식당 : 낙지 요리, 학산면 독천로, 061)473-6993
- 독천식당 : 낙지 요리, 학산면 독천로, 061)472-4222
 - 학산정 : 낙지 요리, 학산면 독천로, 061)471-2877
 - 동락식당 : 낙지 요리, 영암읍 서문안길, 061)471-3388
○ 주변 볼거리
마한문화공원, 천황사, 기찬묏길, 가야금산조테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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