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사)산학연구원 이사장)

2000년대 초반에 중소기업이 언제까지나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당당히 자립하고 자생할 수 있는 경제주체라는 인식이 대두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되는 등 중소기업 우대정책이 다소 후퇴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러던 것이 2008년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소기업 보호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10년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경제민주화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이 큰 화두로 등장하고, 그 해 말에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경기침체 속 ‘中企 보호’ 다시 강조돼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고유업종제도와 비슷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등장했다. 2011년 9월 동반성장위원회가 16개 업종을 발표한 후, 2013년 말 현재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해 총 100개 업종으로 늘어났다.                 
또한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출점과 영업시간에 대한 제한조치가 유통산업 발전법에 근거를 두고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중소 소모성 자재 납품업체의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제한됐으며,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에는 대기업 급식업체는 참여가 봉쇄됐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분명 해당분야의 중소상공인들에게 보탬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시행될 때와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유통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월 2회 강제휴무를 하고 있으며 신규 출점이 금지돼 있다. 자연히 매출액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많이 늘어났을까? 아직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 평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측도 있다. 외식업 중앙회 등 적합업종관련 8개 단체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갖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무용론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지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시행한지 3년을 맞으며, 1차 지정기간이 종료되고, 재지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제도의 시행상황과 문제점을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동반성장위원회는 이 제도 시행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분석 평가해 백서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상생과 동반성장을 내세워 공급자측만 보호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국민의 후생이 어떻게 됐는지 따져주기 바란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보는 관점과 시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사업확장이나 진입만 막아주면 클 수 있는 한정된 업종으로만 좁게 해석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형 자본과 기술이 소요되는 극소수의 업태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산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것이다.

적합업종 ‘발상의 전환’하자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들어가기 힘든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서 중소기업의 영역을 넓혀주는 것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참다운 취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예컨대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 중소기업들이 뛰어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산업의 특성상 중소기업이 담당하기에는 어려운 업종이나 품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조사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들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바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아니겠는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수없이 많고, 이들의 시장은 한없이 넓다. 
요컨대 모든 분야에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고, 글로벌화가 촉진되도록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고, 중소기업의 자립의지와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는 것이 중소기업정책의 요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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