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생(인천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생무살인(生巫殺人)이란 말이 있다. 서툴고 미숙한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는 속담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현장경험과 기술,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일을 벌이다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궁극적으로 일을 망치는 것을 빗댄 말이다.
갑오년 새해 벽두부터 이런 일이 중소기업계를 소리없이 강타하고 있어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지난해 12월31일, 슬그머니 국회에 접수된 자원순환법 개정안이 폐자동차 해체 재활용 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도입과 폐자동차 재활용사업 공제조합 설립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법안은 이들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고 충분한 공감대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채 논의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폐자동차는 일반 폐기물과 달리 소유권자가 명확하게 등록돼 있어 책임소재가 분명함에도 재활용 책임을 생산자인 대기업에게 의무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이는 대기업이 우월한 판매영업망을 통해 폐차 관련 시장을 독점하도록 해 과도한 비용과 효율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이 폐자동차 시장 80% 이상을 영위하고,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영역을 대기업이 침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대기업인 제조·수입업자가 재활용 의무 이행을 위해 공제조합을 설립하여 수집된 폐차의 분배권을 행사하면 해체 재활용 중소기업을 하청업체화하는 사태를 불러 올 것이다.
이러한 폐단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법안이 개정된다면 전국에 걸쳐 있는 폐차 해체 재활용업체의 자율적 영업권을 박탈하고 수익성도 악화돼, 결국 연쇄도산을 불러와 이들 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시장을 개척해 지금까지 잘 영위해왔고 앞으로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적합한 업종을 폐자동차 재활용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옥상옥, 과도한 규제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새정부 2년의 큰 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현재 상황에도 맞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신년구상에서 올해 내수활성화를 경제운용의 핵심으로 일자리와 투자를 늘리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고용의 핵심주체인 중소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해체 재활용사업자들이 바라는 것은 소박하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를 새로이 도입하고 폐자동차 재활용사업 공제조합을 설립하는 것 등에 대해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와 중소업체들과 함께 자원순환법의 문제점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중소업계는 2008년 법 시행 이래 환경부가 지속적으로 법 개정안을 추진하다가 의원입법으로 재차 상정된 이번 개정법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바라고 있다. 
아울러 현재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각각 이원화돼 운용되고 있는 자동차관리법, 자원순환법, 폐기물관리법을 점검해 이중규제와 관리기준의 중복으로 발생되고 있는 불필요한 비용과 과중한 부담을 말끔히 없애주길 희망한다.
일본은 폐자동차의 재자원화 등록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고철, 비철, 플라스틱 등이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의해 100% 재활용 되고 있어 정부가 별도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은 해당 재활용업체에 자금을 지원해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
폐자동차는 폐전기·전자제품과 차원이 다르다. 부품만도 약 2만5000여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폐기물이라기보다 재활용 자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체·파쇄·파쇄잔재물재활용·폐가스처리 등은 규모나 기술적으로 중소기업에 적합한 분야다. 따라서 폐자동차에서 나오는 고철·비철, 플라스틱, 에어컨 냉매 등이 자원으로 재탄생되고 이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당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양승생(인천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