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송호(홍진씨엔텍(주) 대표이사)

인류의 부가 쌓이기 시작한 것은 농경사회부터이지만,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물론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하지만 부의 축적은 단순히 기술 발전 그 자체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인류의 부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증기기관의 발명에 의해 대량생산 체제가 확립된 이후다. 증기기관의 발명이 인쇄기, 나침반, 화약 등의 다른 발명품들과는 달리 부의 증가에 크게 이바지한 이유는 증기기관을 통해 지구가 수십억년, 아니 수백억년 동안 축적해 놓은 부, 즉 화석연료를 인간이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구가 축적해 놓은 부, 즉 화석연료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화석연료가 그 바닥을 드러내는 시기가 언제냐 하는 것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략 석유 자원은 30~70년, 석탄은 약 200년 정도라고 하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트랜지션 네트워크(Transition Net work)의 창설자 롭 홉킨스에 따르면, 현재 석유 소비량과 발견되는 석유 양의 비율이 4대 1 정도라고 한다. 채굴 기술의 발달에 의해 증산되는 양을 합쳐도 석유 소비량이 발견되는 석유 양을 넘는 피크오일이 낙관주의자는 2030년에서 2035년 사이에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비관주의자는 2010년과 2020년 사이에 닥칠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튼 앞으로 길어도 20년 정도가 지나면 세계적으로 석유 부족량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것이다.
석유지질학자이자 석유 생산 정점 문제의 대가인 콜린 캠벨(Colin Campbell)은 이를 “인간의 몸은 70% 정도가 수분이다. 탈수증으로 인해 그 수분의 10~15%만 잃어도 인간은 탈이 나고, 심각한 장기 손상과 죽음을 포함한 여러 나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이 죽기 위해 반드시 체내의 모든 수분을 잃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비유한다.
다시 말해 화석연료 고갈에 의한 경제위기는 화석연료가 모두 소진돼야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피크오일 정점을 지나는 시점, 즉 석유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많아지는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재활용이나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도 마찬가지이다. 재활용은 화석연료의 고갈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또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은 어느 정도는 화석연료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신재생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완전 대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셰일 오일 등 대체 화석 연료의 개발도 정제와 폐기물 처리를 위해 오히려 막대한 화석 연료가 사용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은 지구가 축적해 놓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태양이 보내는 에너지만큼만 사용하는 생태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다. 그렇다고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이 지구의 부를 훔쳐서 거품을 키워 부를 쌓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개발 방향도 지구의 부를 더욱 더 효율적으로 훔치는 방향이 아니라, 무한대로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훔쳐 쓰고 있는 지구 자원이 한정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최대한 아껴 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인류 문명이 유지되는 한 화석연료의 고갈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 속도는 늦출 수 있다. 인류 문명의 기반인 화석연료의 고갈을 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김송호(홍진씨엔텍(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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