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과거를 돌이켜보면,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는 공장에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기계와 밤을 지새우며 좋은 제품 생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제조업은 오늘의 경제대국,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부터 제조업을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어려운(Difficult) ‘오명의 3D’ 업종으로 폄하해 근무하기를 기피했던가? 이제는 제조업이 디지털화(Digital)하고 역동적(Dynamic)이며, 품위 있는(Decent) ‘신명의 3D’ 업종으로 예찬할 때가 됐으며, 경쟁력의 근간이 제조업이라는 자긍심을 드높일 때다.
고유의 기술을 노하우와 암묵지로 체화한 기술인은 제조업을 국부로 견인하는 핵심요체가 된다. 기술인이 연구개발을 추진해 사업화하는 혁신제품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개발도상국이 쉽게 모방할 수 없고 단기간에 습득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스마트폰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매끈한 곡면형 디자인 때문으로 그 동안 축적된 금형기술과 표면처리의 산물이다. 스마트폰의 세계화에서 보듯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욱 강한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제조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의 바탕은 ‘제조업’
이는 제조기술이 평생일자리를 준다는 자신감의 확산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당장은 회사의 명성, 사회적인 지위가 중요할지라도 일생을 보면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신명나는 일, 본인이 즐겁고 행복한 일을 본인의 미래 비전과 결부해야 한다. 꿈을 쫓지 말고 꿈을 이루도록 기술을 습득하고 연마하는 터전을 다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일자리 창출에 많은 정책과 비용을 투입했지만 괄목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조업을 ‘오명의 3D’ 업종으로 폄하하는 사회의 눈초리가 따갑기 때문이다. 기술인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풍토가 고용시장에 뿌리내리도록 정부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 없이 번듯한 스펙만으로 좁은 고용시장 문 앞에 선 젊은이를 어떻게 하면 창조 인재 형태의 기술자로 만들어 일하고 싶은 마음으로 돌릴 수 있을까?

기술인력 ‘자긍심’갖고 일할 수 있게
우선, 기술인을 바탕으로 하는 제조 산업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은 제조 산업의 비전을 정부의 의지로 보여줘야 한다. 히든챔피언 발굴과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를 극복하는 난제를 풀 해법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제조 산업의 비전이 아니라 제조기술을 익히면 평생 일자리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례 중심의 인지도 제고 등 접근의 신중성이 요구된다.
외국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거나 약한 제조업종, 예를 들면 가스터빈 등 기계공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제조능력을 기술인의 양성을 통해 보유해야 한다. 이러한 민간의 노력을 정부가 로드맵으로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첨단 과학기술도 뛰어난 기술인의 창조적이고 숙련된 기술이 뒷받침돼 발전한다.
또한 기술인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 자신의 기술을 발전시켜서 생애 동안 자신의 일에 큰 보람과 성취를 느끼고 소망을 달성하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좋은 솜씨를 발휘해 신명을 다해 제품을 만듦으로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보유한 기술을 자연스럽게 전수할 수 있는 생태시스템을 형성해야 한다.
제조공장에서 소중한 꿈을 펼치는 소박한 마음을 이마에서 솟아나는 땀방울로 보여주는 젊은 기술인을 보려면 번듯한 일자리라는 자긍심을 체감할 수 있는 고용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가 기술을 배우고 연마하면서 영글어 가는 꿈을 외치는 응집된 강력한 힘의 발산이 제조기술에 스며들어야 한다. 구인난에 한숨짓는 산업기술현장과 일자리를 못 찾아 아픈 청춘의 아우성을 해결하는 방법은 눈을 맞추는 눈높이 조절에 있음을 졸업시즌 2월에 생각한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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