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공화춘 건물을 개조해 만든 ‘짜장면 박물관’

인천시내 탐험은 마치 양파 껍질을 벗겨내는 듯하다. 그곳을 찾을 때마다 볼거리가 또 이어진다. 옛 이야기들이 얽힌 문화유산이 골목골목마다 새롭게 등장한다. 아니, 애시당초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지만 간과하고 말았던 것이다. 너무 많기 때문에 한두번의 방문으로는 속내를 살필 수 없었다. 이번 여행길에도 어김없이 인천 차이나 타운에 갔고 그곳에서 ‘짜장면 박물관’을 만났다.

짜장면 원조 ‘공화춘’의 역사…‘짜장면 박물관’
‘짜장면 박물관’은 옛 공화춘(등록문화재 제246호) 건물을 개조해 박물관을 만들었다. 중국 산동 지방의 장인이 지은 중정형의 중국식 건물로 외부는 벽돌로 마감돼 있고 내부는 다양한 문양과 붉은 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건물형태다.
공화춘의 유래는 이렇다. 1905년 청나라 청년인 우희광(당시 22세)이 청나라 조계지에 음식점과 호텔을 겸업하는 ‘산동회관’ 문을 열었다. 그리고 1911년 신해혁명으로 1912년 2월 청나라 황제가 폐위되고, ‘중화민국’이 건립되면서 이를 기념하면서 산동회관을 ‘공화춘’으로 개명했다. 그렇게 활황으로 영업을 하다가 공화춘은 1984년 문을 닫은 채로 빈 건물로만 남아 있었던 것. 특히 ‘공화춘’은 짜장면을 정식 메뉴로 새롭게 탄생시킨 곳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은 공화춘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물관은 2층 규모로 총 4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을 비롯해 옛 공화춘 주방 등으로 꾸며져 있다. 1층에는 1960년대 공화춘 주방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고 2층에서는 개항기, 일제강점기, 1970년대로 이어지는 자장면 관련 사회, 문화상을 유물과 모형을 통해 보여준다.

맛 하나만은 진짜…‘신포시장 공갈빵’
차이나 타운을 몇 바퀴를 돌고 돌아보면서 ‘의선당’, ‘제물포 구락부’ 등을 찾아보고 신포시장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신포동 또한 구석구석 유서깊은 곳들이 아주 많다. 신포시장의 닭강정 집에는 여전히 길게 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시장통에는 화덕에 굽는 ‘공갈빵’집이 맛있고 재미가 있었다. 또 찜질방 앞에서는 인천 감리서터 팻말을 만나게 된다. 감리서는 고종의 재위기간 중, 개항장 및 개시장이 통상 업무를 담당하던 관아였다. 백범 김구 선생의 일제시대 감옥 살이를 했던 곳이다. 김구 선생이 1896년(21세)에 치하포에서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일본 육군중위를 처단하고 투옥됐던 곳이다. 백범일지에서 “인천은 내 일생에 있어 뜻 깊은 곳이다. 21살에 인천옥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23살에 탈옥 도주했고, 39살에 17년 감옥수로 다시 이수됐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어머니가 근처에 집을 얻어 옥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국내 최초의 교회·극장…‘내리교회’, ‘애관극장’
그리고 또 새로운 것을 알게 해준 곳이 내리교회(중구 내동)다. 아펜젤러가 선교하기 위해 한국으로 입국했을 때 제일 먼저 세운 교회였다는 것이다. 아펜젤러는 중구 정동의 배재 학교와 제일교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당시 수로를 통해 입국했을 것이니 인천이 먼저였음직하다. 그러니 한국 최초의 교회라 할 수 있다. 교회 건물과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거대했다.
이어 큰 도로 하나를 건너면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을 만날 수 있다. 애관극장은 1895년 인천의 갑부인 정치국이 세운 공연장인 협률사에서 출발했다. 협률사는 1902년 조선 왕실이 서울 정동에 세운 공연장이나, 1908년 이인직이 만든 원각사보다 앞선 한국 최초의 공연장(극장)으로 인형극, 신파극, 창극 공연 등이 열렸다.
멀지 않은 곳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답동 성바오로 성당(사적 제287호)이 있다. 1890년대에 건축된, 한국 성당 중 가장 오래 된 서양식 근대 건축물 중 하나다.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EJG코스트(한자명 高宜善) 신부의 설계로 1897년에 처음 건립됐다.

격동 속 구한말의 산증인…‘화도진’
이어 화도진(인천시 기념물 제2호, 동구 화수동)으로 발길을 옮긴다. 번화한 도심속에서 조선시대 건축물을 만난다는 게 신기하다. 화도진은 구한말 무리하게 개항을 요구하는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고종이 어영대장 신정희를 파견해 진과 포대를 설치한 곳이다. 동헌에는 한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꾸며 놓았고, 안채에는 반짇고리와 버선장 등 각종 생활유물들이 진열됐다. 전시관에는 옛 군인들의 모자와 갑옷, 화포 등 600여점의 유물들이 전시돼 학생들의 역사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화도진은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과 한영, 한독 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곳이라는데 현재 다른 곳이라 밝혀져서 외국인들과 회의하는 밀랍인형도 사라질 듯하다. 그렇지만 화도진 주변을 공원으로 꾸며져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공원 주변 골목에는 조선시대를 행차 그림이 걸려 있고 군졸들이 와서 물을 마셨다는 쌍둥이 우물이 있다.
자리를 비껴 1950∼70년대 인천의 대표 어항은 만석부두와 화수부두를 찾는다. 신기한 것은 매캐한 공단 사이에서 만나는 바닷 갯고랑이다. 배들이 정박해 있고 횟집들이 있다.
겨울의 짧은 해를 아쉬워하면서 자유공원에 올라 야경을 본다. 맥아더 동상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들었다. 저 불빛 사이사이로 어떠한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을까? 아직도 미진한 인천 도심 여행을 끝내면서 근처의 삼치골목을 거쳐 인천 도심을 빠져나온다. 아직도 더 보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 미련이 많이 남을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인천 시내 탐험이 이 계절에 딱이다.

■여행정보
○차이나 타운 주소  : 중구 북성동1가, 서린동 일원(인천중부경찰서 앞)/문의:중구청 관광행정팀:032-760-7537, www.ichinatown.or.kr/중구청 관광진흥과:032-760-7532~5, www.icjg.go.kr/.
○짜장면 박물관 주소 :중구 북성동 38-1/문의:032-773-9812, www.icjgss.or.kr/jajangmyeon/개관시관:오전 9시~오후 6시(연중 무휴)/입장료:1000원
○찾아가는 방법 
·자가용:경인고속도로 → 막다른 삼거리 우회전 → 첫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 → 쭉 직진해 오다가 → 월미도 방향 이정표를 보고 고가 아래로 들어오면서 월미도 반대방향으로 우회전 → 바로 좌회전. 또는 제2경인고속도로, 제3경인고속도로(정왕IC)를 이용해 월미도 팻말 따라 찾아오면 된다.
·대중교통:지하철:지하철 1호선 이용. 인천역에서 하차. 역 광장 건너편이 바로 차이나 타운 입구/버스편:중구청 앞:5, 15, 28번, 인천역:2, 5, 23, 28, 45, 306번, 신포시장:3, 4, 6, 6-1, 12, 15, 16, 17-1, 22, 23, 24, 28, 41, 45, 46, 105, 112, 306, 507, 519번 버스 이용/인천공항:306번 이용해 인천역에 하차 후 버스 이용
○추천 별미집 : 공화춘(032-765-0571, 북성동3가 5-6), 부엔부(032-765-7787, 북성동2가 9-7), 만다복(032-777-4888, 선린동 5), 신승반점(032-762-9467, 중구 북성동2가 11-32)외에도 많이 있다. 십리향(032-762-5888, 북성동2가 10-26)에서는 화덕식 만두가 아주 맛있다. 또 원보(032-773-7888, 북성동 2가 10-13)는 중국식 수제 만두를 판다. 또 중국제과 담(032-773-8800, 북성동 3가 4)에서는 아주 맛있는, 중국 중추절에 먹는 월병을 판매한다. 복래춘(032-772-3522, 중구 선린동 10-2)은 가장 오래된 곳이다. 그 외 신포시장쪽도 괜찮다. 돈비어천가(032-777-1300), 진흥각(032-772-3058, 중앙동4가 6-2) 등이 있고 시장내에는 산동만두(032-764-3449, 신포동 10-1)는 화덕식 공갈빵이 맛있다. 또 닭강정과 분식 등이 유명하다. 바텀라인이라는 30년된 재즈바가 숨어 있다. 또 동인천 삼치거리가 있으며 인현통닭삼계탕(032-772-8487, 삼계탕, 인현동 23)집의 통닭도 괜찮다.
○주변 볼거리 : 월미도(중구 북성동1가)가 있다. 또 해사고 맞은편에는 2008년 6월 개관한 이민사박물관(032-440-4710, 북성동1가 102-2)이 있다. 1905년에 발급된 여권을 비롯해 초기 이민자들과 관련된 자료 등이 소장돼 있다. 나름 볼만하다. 이민자의 성금으로 인하대학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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