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산(한국형인사조직연구원 대표)

올해도 사법연수원 졸업생 과반수가 법관이나 검사임명을 받지 못하고 변호사로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로스쿨 졸업생 중 1500명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때문에 매년 2000여명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온다.
결국 법대로 처리해야할 일들이 늘어나지 않으면 이 많은 사람들은 할일이 없어 고등실업자가 돼야 할 판이다. 그러나 법은 서로 지켜나갈 때 질서가 유지되고, 그 선을 넘지 않으려는 믿음과 신뢰가 있을 때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된다. 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법대로 하면 가장 깨끗하고 공정한 게임이 돼야할 것 같지만 거꾸로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 주위에는 형제간에 부모의 재산 때문에 갈등을 빚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법으로 해결하려고 다투다가 서로에게 끝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자주 본다.
요즘 어딜 가나 통상임금 이야기다. 통상임금에 관한 것이라면 학회든 설명회든 수백명이 모이고 어느 설명회장에서는 무려 1000여명 이상이 모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노무사들은 여러개의 임금항목이나 수십개의 복리후생비 리스트를 놓고 통상임금이면 원(○), 해당되지 않으면 엑스(X)로 표시하고, 애매한 것은 세모(△)로 표시하는 연습을 시킨다. 문제는 세모표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노조와 사측에 협상안이 나오고 흥정이 시작된다.
변호사들은 사측은 물론 노조를 대신해서 땅뺏기라도 하듯이 영토 확장을 부추긴다. 이때 사측을 대신해서 회사가 어렵다는 재무적 상황을 숫자로 제시하려고 회계사까지 동원한다.
이번 대법원 전원 합의체 판결문과 연이어 나온 노동부 지침에서는 노사 간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전혀 딴판이다. 기업에서는 어떻게 하면 내리 쏟는 소나기를 피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기업경영 상황이 갑자기 어려워진 것처럼 엄살을 피우거나, 이젠 상여금을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면 된다는 식의 땜빵식 처방과 ‘꼼수’까지 연구하려고 노무사, 변호사를 동원한다.
반면 노조에서는 사측이 대안을 마련하기 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금 당장 사측에 긴급 노사협의를 요구하고 불응하면 투쟁을 하자고 움직이고 있다. ‘회사야 어려워지든 말든’ ‘그동안의 신뢰가 깨지든 말든’ ‘도둑맞은 돈만 받아내면 그만’이라고 ‘법대로 하자’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이슈는 통상임금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2016년 도입되는 ‘60세 정년 법제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수반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시대를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임에 틀림없지만 그러나 법대로만 해버리면 어두운 면이 너무나 많다. 더구나 근로시간 단축의 법제화는 고용률 70%의 목표를 위해서라지만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양면의 칼날과 같아서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일자리 없애기’의 위험성도 많다.
이제는 노사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 회사는 영속적일 때 의미가 있다. 기업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되기 위한 임금철학과 인간존중의 신뢰를 바탕으로 노조를 설득해 꼼수가 아닌 성과와 직무중심의 임금으로 바꾸는 근본적 노력이 필요하다. 근로자나 노동조합도 무조건 내 몫을 챙기기 위한 자기주장만을 내세우기보다는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영속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상호 상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할 때다.

가재산(한국형인사조직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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