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중국보다 ‘통일한국’이 더 두렵다
요즘 우리 언론에서는 일본이 문제다. 한국 언론은 일본에서의 반한류 시위, 종군위안부와 독도문제 등 연일 비난 여론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극우주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2년 12월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자민당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28일 도쿄 시내 헌정기념관에서 “덴노헤이가 반자이(天皇陛下 萬歲)”를 삼창했다. 과연 일본은 군국주의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삼성경제연구소 刊)는 문정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서승원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일본의 석학 14명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낱낱이 파헤친 인터뷰집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두 교수의 해박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서 일본 학자들의 꽤 솔직한 심경을 전해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모두 4부, 14장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 항상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존재였다. 그 하나는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만든 가해자로서의 일본이다. 또 하나의 얼굴은 한국의 압축 성장을 가능케 했던 개발국가 모델로서의 일본이다.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집단심리가 없었다면 한국은 이렇듯 짧은 시간 내에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두 얼굴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아시아 최고의 일등국가라는 자부심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의 4배였으나 불과 10년 만에 중국이 일본을 앞질러버렸다. 중국이 G2에 올라선 것을 일본인들은 ‘천하대란’이라 부르면서 경악하고 있다. 일본 우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극우 세력들의 입김이 거세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에는 일본은 정말로 우경화될 것인가? 한국과 일본, 진정한 ‘화해’는 가능한가? 일본과 중국, 협력인가? 대립인가?  등 동북아시아 주변정세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과 답들이 들어 있다. 심층인터뷰에 참여한 14명의 일본 석학들은 대체로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일본의 국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조차 일본은 강대국 전략을 취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군국주의 시절의 역사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만일 한국이 통일된다면 일본에 적대적인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통일은 일본의 국가안보를 가장 위태롭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일본의 국가 안보정책에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의 관점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된다면 일본은 모든 에너지를 관계회복에 쏟아야 할 것이다”라고 한일 관계를 진단하고 있다.

글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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