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색안경 벗고 상대를 보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1993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2012년 7권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까지 20년 동안 무려 330만 부가 팔리면서 전국적인 답사 열풍을 몰고 왔다.
저자 유홍준은 소설가 황석영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구라’로 불리는 입담꾼이다. 그는 대학시절, 1시간 반짜리 영화를 보고 친구들을 모아놓고 3시간 동안 줄거리, 주인공 대사, 관객의 반응까지 영화 이야기를 떠들어 댄 만담가다. 
그런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일본편>을 펴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집권 이후 최근 2년 동안 한국과 일본은 역사왜곡 논쟁, 독도문제, 위안부 문제 등으로 심한 갈등을 겪어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일본과의 고위급 교류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때에 나온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일본편>은 한·일 간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다. 저자는 일본 규슈에서 수학여행을 온 부산의 고등학생들을 만났는데 학생들이 ‘일본의 고대문화는 죄다 우리가 만들어준 것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그렇지 않네요’라고 한 말에 평소 마음먹고 있던 ‘일본편’을 썼다고 한다.
일본편 1권의 부재는 ‘빛은 한반도로부터’이고, 2권은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이다. 부제가 보여주듯 규슈 편에서는 한반도에서 벼 농사법이 전달된 유적지와 백제 멸망 후 백제 유민들이 규슈로 들어와서 쌓은 성과 문화의 흔적들, 그리고 임진왜란 때 끌려온 도공들에 의해 발달하게 된 일본 도자 문화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간 우리 문화에 빨대를 꽂아 빨아먹어 성공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고대사 왜곡은 정도를 벗어나 있다. 
한일 양국은 모두 이 콤플렉스의 색안경을 벗어던져야 한다. 일본은 고대국가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벼농사와 한자문화를 전해준 한반도 ‘도래인(渡來人)’들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에 식민 지배를 당했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후 우리는 남한만으로도 더 이상 일본에 꿀릴 것이 없다. 바둑도 피겨스케이팅도 골프도 우리가 더 잘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한일 두 나라는 운명적으로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되어 있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지적했듯이 한국과 일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 유홍준도 이 책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이 일방적인 역사인식이나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쌍방적인 시각, 더 나아가 동아시아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파악할 때 비로소 두 나라는 미래지향적으로 공생할 수 있을 것이다.  

- 글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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