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도봉으로 가는 길.

우도(牛島)로 가는 배편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항과 성산항이 있지만 성산항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든다. 항구에서 15분이면 도착하는 아주 가까운 섬이다. 우도는 제주 부속도서 중 제일 큰 섬이며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50여년 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숙종 23년(1697) 국유 목장이 설치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해 현재는 600여 가구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땅콩 아이스크림, 수중 동굴, 유채밭…‘오감만족’
가장 먼저 톳간이(톨간이라고도 함)로 향한다. 3~4월이면 톳(해초류)이 많이 난다해 ‘톳간이’라고 부르는 곳. 가는 길목에 피어난 봄꽃, 바다를 향해 쌓아 올려진 바위탑. 지석묘 한기를 만나고 나무 데크가 바다를 향해 길게 이어진다.
해안 길을 따라 발길을 멈춘 곳은 검벌레 해변과 우도등대 진입로다. 우도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려 든다. 그래서인지 상가, 민박집들이 밀집해 있다. 우도의 특산물로 만든 땅콩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검벌레 해안을 바라본다. 우도봉 영일동 앞 동굴 바닥이 까맣다. 시커먼 모래와 바위도 검은 곳에는 뱃놀이를 즐긴다. 검멀레 해변은 ‘검’은 ‘검다’의 준말이고 ‘멀레’는 ‘모래’가 와전된 것이다. 검멀레 해수욕장에는 소의 콧구멍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검은 코꾸망’이라는 수중 동굴이 있다. 밀물 때는 동굴의 윗부분만 보이지만 물이 빠지면 동굴이 나타난다. 동굴 내부가 온통 붉다 하여 ‘붉은 코꾸망’이라 하고, 여기에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동안경굴’이라 부른다. 이어 우도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132m)으로 오른다. 길 왼쪽으로는 검벌레 해안과 마을이 한눈에 조망되고 우측은 분지처럼 넓은 초지가 펼쳐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제주도의 무덤에는 모두 돌담장을 만들어 놓은 게 특징이다. 길목에 우도 등대가 있다. 1906년 무인등대로 출발해 97년간 불을 밝혀오다 2003년 새로운 등대에 그 자리를 넘겨줬다. 2006년 우도 등대 100주년을 맞아 복원된 등대가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성산이 지척이고 제주도도 한눈에 보이는 곳이지만, 안타깝게도 날씨는 먼지가 낀 듯 시야를 희미하게 만든다. 욕심내지 않고 다시 검벌레로 내려와서 지붕에 하얀 띠를 두른 가옥과 보리밭, 파밭, 유채 밭등 주변에서 한참이나 논다.

제철 별미 안주삼아 한라산 소주 한잔
이제부터는 해안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본다. 걷는 사람보다는 사륜 바이크를 탄 커플들이 해안 길을 즐기고 있다. 흔하디 흔한 돌담은 너무나 멋지고 바다도, 백사장도 아름답다.
이어 비양도(飛揚島)로 들어선다. 비양도에서 해 뜨는 광경을 보면 수평선 속에서 해가 날아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입구 바닷가 우측에 돌담을 쌓아 올려 만든 당(돈짓당)이 있다. 당은 마을 주민들이 신에게 보호해달라고, 액을 막아 달라는 의미로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제주도에서는 아주 흔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출 소원성취 의자’라는 글귀가 돌탑에 씌여 있다. 또 소라 돌탑이 만들어진 것도 독특하다. 바닷가 안쪽으로 비양도 등대로 길이 이어진다. 그 외 한켠 언덕에는 봉수대(망루)가 있다. 제주도에 망루가 생긴 것은 세종 때. 제주도에서는 5인 1조로 지켰단다. 이 작은 섬, 딱 한 곳 뿐인 비양 해녀의 집에 앉는다. 소라구이와 홍삼 등, 제철 별미를 안주 삼아 한라산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길을 나선다.

국내 유일 홍조단괴해빈 … ‘서빈백사’
비양도를 나오면 하고수동 해수욕장이 이어진다. 하얀 모래사장과 청빛 물빛이 울릉도를 닮아 있다. 이내 해안 길은 서쪽으로 휘어진다. 해녀들의 쉼터인 불턱에 시선을 꽂아보고, 등대공원의 또다른 봉수대도 눈여겨 본다. 산호사해수욕장 가는 길목에서 ‘하하호호’ 카페에서 숨을 돌린다. 젊은 제주 여인 두 명과 흰 고양이 두 마리. 한 마리는 눈색깔이 다른 일본 종인 오드아이다. 갈은 흑돼지 고소한 우도산 땅콩 잼이 발라진 수제버거는 수준급이다. 뒷맛이 좋은 커피까지, 섬에서 보기 드문 집으로 놓치면 분명 아쉬워 할 것이다.
이제 해안 길 끝, 우도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산호사 해수욕장(서빈백사) 앞에 선다. 인적 하나 없는 하얀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진다. 겉으로 보면 모래사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해안은 독특하다. 백사장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모래 사장으로 국내 유일의 홍조단괴해빈(紅藻團塊海濱)이다. 이는 붉은 색을 띠는 바다 식물들이 바위에 달라붙어 퇴적물을 이룬 것을 말한다. 자연과 시간이 오래 교감하며 만들어낸, 신이 내려준 백사장인 게다. 바닷가 앞에 우도의 역사를 알려주는 돌 팻말이 있다. 조선 중기 문필가인 김정이 지은 ‘우도가’에는 “‘천년 비궁의 모습 깊은 바다에 잠겼다’며 이 섬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고 씌어 있다.
더 머무르고 싶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는 갈수록 흐릿해지면서 시야를 어둡게 한다. 막배를 타고 우도를 나오는데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하룻밤을 머물지 못함에 대한 미련이다.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흰 백사장, 돌담, 돌무덤, 흰 지붕이 각인되는 민가 등. 참으로 아름다운 섬은 주마간산 여행을 하지 말라면서 자꾸 뒷목을 부여 잡는 듯하다.

■여행정보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면, 우도면사무소:064-728-4381
○배편정보 : 성산포 선착장에서 우도까지 약 3.8㎞. 배로 15분 정도 걸린다. 성산항에서 우도로 가는 도항선은 대략 07:30~18:00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되는데 계절마다 시간이 다르므로 잘 확인해야 한다.
○문의 : 성산대합실(064-782-5671), 종달리항 대합실(064-782-7719), 천진항 대합실(064-783-0448), 하우목동항 대합실(064-782-7730)
○배편요금 : (왕복)성인:5,500원, 어린이 1,700원
○차량운임 : 중소형차 25,000원, 12인승 승합차 29,400원, 15인승 승합차 36,000원
○여행포인트 : 자전거 하이킹 코스 해안도로는 약13㎞이며 2∼3시간 소요된다. 올레 1-1코스는 천진항에서 홍조단괴해수욕장 등의 바닷길을 거쳐 검멀레해수욕장과 우도봉을 돌아 천진항에서 끝나는 15.9㎞ 코스로, 6시간 정도 걸린다.
○별미집과 숙박 : 검벌레 해변쪽에 식당과 숙박지들이 몰려 있다. 그 외 바닷가 주변으로 몇집 있는데 산호사 해변 근처에 있는 하하호호(010-9768-4620, 우도면 연평리 859, 수제버거)는 놓치면 아쉬울 집이다. 비양도의 해녀의 집에서는 소라구이, 홍삼 등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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