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여느 해 같으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선보일 시기이지만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나라 전체가 깊은 애도 분위기에 싸여 있다. 축제성 행사는 물론 각종 문화 이벤트들이 취소 혹은 연기되고 있다. 차분한 마음으로 5월을 바라볼 수 있는 공연장만이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광수씨(48·직장인)는 “최근 뉴스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 모임인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봤다. 고교생 아들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묻기에 5·18을 소재로 한 연극을 함께 관람했다”며 “아프고 슬픈 우리 현대사를 객관적으로 잘 풀어낸 공연이나 전시를 자녀와 함께 찾는다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뼈저린 역사를 백 마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예술적으로 승화된 작품 감상을 통해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미래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매년 오월마다 펼쳐지는 희로애락 이야기
해마다 오월이면 그날의 아픔을 오롯이 담아낸 무대가 남산예술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2011년 초연 이후 4년째 같은 배우, 같은 스태프가 같은 무대에 서고 있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린 ‘푸르른 날에’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푸르른 날에’는 저린 역사 속 젊은 청춘의 사랑이 슬프게도 진정성 있게 펼쳐진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시대의 아픔을 이겨내고 꽃피운 남녀의 사랑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잘 담아낸다.  
정경진 작, 고선웅 각색·연출의 ‘푸르른 날에’는 2011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그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2012, 2013년 재공연에서도 전속 매진 기록을 세우며 5월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음달 8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공연에도 김학선(여산), 정재은(나이 든 정혜), 이영석(일정), 이명행(오민호), 조영규(기준) 등 초연 이후 늘 함께 해온 배우들이 변함없이 무대에 선다.
20일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무대의 막을 연 ‘아버지와 살면(연출 임세륜)’은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평범한 가족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다음달 1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마음 속 아픔을 치유하는 힘
임계륜 연출의 ‘아버지와 살면’은 일본의 유명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극단 Da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극본을 각색, 국가의 기본 단위인 가족들이 평생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1980년 계엄군의 총칼에 목숨을 잃은 아버지 역에 배우 윤상호가, 고아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사랑 앞에서도 고민하는 딸 정숙 역에 배우 서혜림이 출연한다.
임세륜 연출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옛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이자 현재 혹은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 현실”이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국가권력의 욕망으로 희생된 평범한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힘든 과정을 관객과 나누고 성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오는 25일까지 광주 트라우마센터와 5·18기념재단이 공동 기획한 ‘오월광주 치유사진전-기억의 회복’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에는 광주트라우마센터가 지난해 진행한 사진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한 5·18 유공자 9명이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촬영한 사진들이 선보인다.
1980년 5월 안과치료를 받고 나오던 중 이유 없이 계엄군들에게 폭행을 당한 이후 시민군에 합류한 뒤 경찰에 붙잡혀 온갖 고문을 당한 정홍섭씨, 공수부대원에게 쫓기는 악몽에 시달리다 사람 만나는 것조차 두려웠던 이종우씨,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지 못하고 나온 죄책감에 시달려 최근까지도 약물치료를 받아 온 최용식씨 등이 기억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장소를 찾아 자신의 상처와 대면하고,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마음의 고통과 응어리를 치유한 작품들이다.
전시회 관계자는 “이번 사진전은 광주가 1980년 그날의 기억에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지니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며 “마음 속 상처를 털어 낸 작가들의 사진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마음 속 아픔을 치유하는 힘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 글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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