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획-'비정상'을 바로잡자④]

[중소기업뉴스=하승우 기자]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금융기관과 중소기업간의 각종 간담회 등이 열리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대출회수 등 지원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업현장의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은 금융기관의 행태를 여전히 지적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매출이 큰 폭으로 출렁이기 쉽습니다. 은행에서는 매출액이 급감하면 우선 대출부터 회수하려고 합니다.”

매출액 40여억원의 중소기업인은 “중소기업은 재무관리에 취약하다보니 안정적으로 매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매출이 한번 크게 떨어지면 은행에서는 무조건 대출을 회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출 회수를 막기 위해서는 원가 이하로 납품해 출혈 매출을 단기간에 일으켜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다.

매출, 부동산 등 눈에 보이는 담보만을 요구하는 은행들의 대출 관행 역시 여전하다.
“집도 차도 팔고, 정말 어렵게 기술을 개발했는데, 막상 대출을 받으려니 매출이 작아서 안된다고 하네요.”

한 중소기업인은 “지금까지 기술개발에 매진해왔는데 무슨 매출이 있겠느냐”면서 “대출이 돼야 시설도 갖추고 매출이 일어나는거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소규모 유통업체 대표는 “영세 소상공인에게 가장 힘든 건 자금”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은행이나 정책자금을 받으려 해도 ‘담보물건’이 있어야 대출을 해준다”면서 “우리와 같은 유통업자들은 큰 공장이나 시설물을 갖추고 있지 않아서 보증물건이라 해봤자 작은 창고뿐”이라고 말했다.
한번의 실패로 신용 불량에 빠질 경우 회복이 어려운 것도 중소기업인들의 재기를 가로막고 있었다.

한 인쇄업체 대표는 “신용불량에 빠졌다가 고생 끝에 체납한 세금까지 다 갚았는데 신용불량 이력이 있어서 신용보증서 발급이 거절당했다”면서 담당자가 “신용불량은 기록되기는 쉽지만 빠져나오기는 힘들다”고 말한 것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거래에 필수적인 신용등급 적용이 금융권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또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 도매업체 대표는 “연체가 있던 것도 아닌데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5%대 금리에서 지금은 13%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은 “2년 전에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는데 한달 정도 연체가 돼 신용등급이 3단계 떨어졌다”면서 “한달 안에 연체금을 다 갚았는데도 2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신용등급이 회복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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