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자금규모 작아도 ‘대박’ 보인다
인수한 기업을 되팔아서 전매 이익을 남기는 것도 인수합병(M&A)의 중요한 전략이다. 미국의 경우 초대형기업들은 제품라인을 추가할 때 대상제품의 시장성을 증명한 소기업을 인수하는 일이 흔하다. 이럴 때 인수가격은 통상 거래의 기준인 연 이익의 적정배수 또는 실자산 가치를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인수되는 소기업의 주인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사례는 IT산업과 식품 유통업에서 특히 많이 일어났다. 대기업의 매출 기획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Salesforce.com은 그 방면에서 전 세계적인 리더가 됐다. 타겟 마켓의 확장을 위해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끊임없이 인수했다.

지난 8년간 인수한 업체의 수는 30개에 육박한다. 인수가격도 500만달러에서 10억달러까지 그야말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Salesforce.com의 도전에 위협을 받는 동종의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의 개발주자인 오라클(Oracle) 역시 관련 업체를 인수하면서 업무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스타벅스 역시 관련 중소업체를 인수하면서 업무를 확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0년전에 Tazo Brand Tea를 인수해 라인을 확장했고 2년전에는 Teavana 체인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원두 가공업체인 Blue Mountain Roaster를 사들였다. 경쟁 식품업체인 Sara Lee 등도 중소업체의 인수를 통해 제품과 시장의 다양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대기업에 인수되는 중소기업들의 소유자 중에는 창업주도 많지만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또는 창업투자자가 일부 또는 전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이들 사모펀드나 창업투자자들이 전매를 전제로 하고 사전에 인수한 것들이다. 물론 인수한 기업을 다시 팔기 위해서는 부족한 운영자금을 추가로 공급하거나, 경영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거나, 기업의 외형을 잘 보이게 하게 위한 재포장을 한다.
또한 다른 연관기업을 흡수해 경쟁력을 높이거나, 또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 기대하는 등의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제 한국에서 숙달된 경영능력과 자금동원력을 미국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지구력과 자금력에 승부갈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라고 하면 수십억달러 단위의 자금을 동원하는 초대자본주를 예상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모펀드인 론스타(Lone Star Fund)가 한국에 진출해 외환은행을 인수 전매하면서 10여년만에 투자금의 수배를 벌어간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의 인수 전매는 거대 자금만의 영역은 아니다. 자금의 규모가 작더라도 작전만 잘 세운다면 단독으로나 또는 합작으로 미니 사모펀드와 같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시장 풍토다.   

스타벅스와 관련된 투자 중에는 한국인 젊은 부부가 창업해 인기를 끌었던 Pink Berry Yogurt 소매 체인 이야기를 빼어놓을 수 없다. 창업후 LA 인근 고급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업체는 스타벅스의 투자와 연관된 사모펀드에 고가로 팔린 것이 6년전쯤이다. 거래 당시에는 스타벅스가 요구르트 제품라인을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시간이 더 지나면 다시 전매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기업의 인수 전매는 장시간이 소요되는 지구력의 싸움이고 최후의 승자는 아이디어와 자금력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사모펀드의 기업인수 전매활동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기업의 경영과 소유가 분리돼 있는 사고방식이 정착돼있어 매수 가능한 기업의 폭이 넓고, 주식시장이 잘 발달돼 합리적인 주식 매매가 손쉽게 이뤄진다. 또한 기업의 인수와 전매가 관련기업들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데에 목적을 둔다는 교과서적인 원칙이 잘 지켜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매매가 일부 악덕 기업사냥꾼의 이익만을 위해서 악용되는 한국의 현실과 대조를 이루는 지점이다.

-글 : 차비호(공인회계사(Wisdom ESC, LLC, Managing Part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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