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對日 무역적자 확대 등 달러약세 압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일본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제한되면서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원화환율이 급락했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엔화가 강세를 띠면서 원화는 하루만에 16.8원이나 하락하면서 1.5%의 절상률을 보인 것이다. 달러당 원화환율이 1,150원 수준에 근접해 원화환율은 지난 200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원화환율은 표면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 급락은 즉각 금융시장에 충격을 줘 하루동안 주가는 4.5%나 하락했다. 이는 같은 날 1.8%의 엔화절상률에 주가하락률 4.2%를 기록한 일본이나 0.7%의 절상률에 주가하락률 1.3%를 기록한 대만에 비해서도 훨씬 민감한 반응이었다.

엔화동조 이유없어
원화환율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이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 각국의 국제수지 추이라든가 쌍둥이 적자로 대표되는 미국경제의 취약성,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적 입장 등을 고려할 때 엔화강세는 지난해부터 줄곧 예견돼 왔다.
2001년 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에 따라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심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화강세에 따른 원화강세는 미리부터 예견돼 왔다.
다만 절상압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집요한 시장개입에 의해 뚜렷한 엔화강세가 현실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던 중 두바이에서 열린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아시아 각국의 ‘유연한 환율정책’을 촉구하는 선언서가 채택된 것이 엔화환율 하락의 촉발제가 됐다.
제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원화 강세는 추세로 보인다. 원화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크게 대외요인과 대내요인으로 구분할 때 엔·달러 환율과 우리나라의 국제수지는 대외요인과 대내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원화강세가 엔·달러 환율 하락에 의한 바 크고 이것의 근본원인인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단시일 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직간접적인 시장개입을 통한 원화환율 안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지난 22일과 같은 엔화환율의 급락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의 급락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어떠한 형태로든 시장개입을 모색할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엔·달러 환율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환율이 각국 경제의 체력 내지 건전성과도 관련되지만 직접적으로는 시장 내 외환의 수요와 공급관계에서 결정된다고 할 때 현재의 원화강세는 시장논리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간 1천10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엔화가 강세를 띠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우리나라는 50억달러 전후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긴밀한 원·엔의 동조화 현상은 다소간 심리적인 이유에 의한 것으로서 환율왜곡의 배경이 되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에 대한 홍보 등을 통해 원·엔간의 지나친 동조화의 고리를 끊고 원화환율이 우리나라와 해당국간의 경제변수에 의해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시장기능의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자본수지, 특히 포트폴리오 투자수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의 유입은 고용증대나 기술이전 효과도 없으면서 외환시장의 교란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헤지펀드 등 투기성 단기자본의 유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화차입자금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하는 가변예치의무제도 등의 장치마련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외화유출을 통한 환율조정기능의 활성화를 위해 헤지수단의 다양화 등 여건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원화 강세가 수출을 성장동력으로 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해가 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단점만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현재의 원화강세가 엔화강세에 의한 바 크다는 점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가 엔화강세보다 약하게 진행되는 한 원화는 엔화에 대해 약세를 띠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일본기업들에 비해 가격경쟁상의 우위를 점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원화강세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배양에 도움이 되는 쓴 약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생산성 제고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더욱 높여 웬만한 환율변동은 감내할 수 있는 강한 체질을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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