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블레이크 섬’ 전경.

손 타지 않은 비경 ‘블레이크 섬’
워싱턴 주립 해상공원 ‘블레이크 섬’. 시애틀 항에서 크루즈로 45분 거리로, 하트를 옆으로 뉘인 듯한 모양으로 여의도보단 작은 섬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거목들과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섬이다.
블레이크 섬은 미서부 인디언들의 삶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질 않는다.
크루즈에서 내리자 인디언 복장의 젊은이들이 뽀오얀 국물의 조갯국을 전통 문양의 예쁜 그릇에 담아 한사람 한사람 건네며 반갑게 인사한다. 깔끔하고 따끈한 국물이 찬 바닷바람에 시린 속을 녹여 준다. 자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 했다.
나무현판으로 ‘틸리쿰 빌리지’(Tillicum Village)라 씌어진 문을 지나자, 삼나무로 만든 크고 긴 집인 ‘롱 하우스’가 방문객을 맞는다. 틸리쿰 빌리지는 인디언 말로 ‘다정한, 친절한 사람들’이라는데 실제로는 이 섬엔 마을도, 상주하는 인디언 후예들도 없다고 한다. 롱 하우스는 천장이 높고 내부가 무척 넓었다. 과거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생활 도구며 목각, 토템기둥 등 인디언들의 상세한 생활 모습 등을 그림과 사진으로 전시해 놓았다.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다는 전통 방식인 인디언식의 훈제연어를 비롯한 싱싱한 샐러드, 들소 스튜, 잡곡 빵 등 뷔페식 식사를 마친 후, 해안에 살던 북서 인디언의 한 종족인 샐리쉬(Salish)의 전통적인 삶을 스토리텔링으로 한 원주민 춤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후 한시간 남짓 섬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파도가 철석이는 해변길을 거닐거나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코스로 우람한 원시림이 빼곡하게 하늘을 가리고, 태고적 소리가 들리는 듯한 서기(瑞氣)가 어린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희귀동물들을 볼 수 있다.
틸리쿰 빌리지의 롱 하우스는 1993년 14개 회원국 정상들이 경제 협력을 다짐했던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회의)개최 장소로도 유명하다. 시애틀이란 도시 이름도 틸리쿰 빌리지에서 태어난 인디언 ‘추장(Seattle)’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크루즈 선장의 긴 뱃고동 소리를 신호로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블레이크 섬을 뒤로하니, 시애틀 항구와 다운타운의 아름답고 황홀한 야경이 우릴 마중 나온다.

- 글 : 임충규(중소기업중앙회 중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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