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올림픽 국립공원’ 전경.

생태계 보고 ‘올림픽 국립공원’
시애틀에서 올림픽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육로와 배를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항구에서 크루즈로 30분 거리의 베인브릿지 섬을 거쳐 포트엔젤리스, 세큄을 지나 3시간이 넘게 달려야 만날 수 있다.

달리는 내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모두가 아름다운 한 장의 그림 엽서였다. 길가의 주택들도, 숲속의 별장 같은 집도,  뜰엔 잘 가꿔진 온갖 꽃들이 눈길을 머물게 해 지루한 줄 모르고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잠시 베인브릿지 섬에 들렸다. 아기자기 예쁘게 꾸민 선물 가게며, 잘 정돈되고 깨끗한 거리, 유기농 텃밭을 가꾸며 사는 모습들이 순박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3600㎢에 달하는 거대한 공원은 아름다운 숲, 강, 호수 등으로 유명해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하는데, 워싱턴 주에서는 연 500만명으로 입산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올림픽 산을 향해 오르는 길은 옛 대관령 길 만큼이나 굽이굽이 돌아가는 험한 산길로, 한쪽은 천길 낭떠러지로 가슴조이며 산 중턱을 오르면 전망대에 닿게 된다. 만년설을 봉우리에 얹은 고봉준령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그 장엄함과 기백에 모두 할 말을 잃고 혼을 빼앗긴다.

이곳에는 걸어서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허리케인 힐 트레일’(Hurricane Hill Trail) 코스가 있다. 왕복 6㎞정도의 거리로, 경사가 완만한 좁은 흙길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공원을 찾은 때가 6월 중순이었지만 이곳은 이때가 봄의 시작으로, 갓 깨어난 손톱만큼 작고 앙증맞은 귀여운 야생화들이, 양지 바른 언덕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무리지어 군락을 이룬다.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을 오르다 보면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동물인 마못(marmot)이 저들끼리 주고 받는 경계 신호란다. 토끼를 닮은 마못이 엉덩이는 하늘로 향한 채 머리만 좁은 굴속으로 파고들며 숨는 모습에 미소가 번진다.

순하디 순한 야생 동물들과 벗하며 산 정상에 오르니, 너른 풀밭에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바위틈 사이로 살포시 고개 내민 아주 작은 진보랏빛 야생화가 귀엽다. ‘플릿 바이올렛’(flett violet) 꽃은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우리나라의 제비꽃을 닮았다.
제각각 무리지어 핀 야생화로 알록달록 수를 놓은 풀밭과, 멀리 병풍처럼 드리워진 웅장한 산등성이 서로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경관을 이룬다. 

- 글 : 임충규(중소기업중앙회 중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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