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치이고 가난에 허덕이고

취업준비생 “中企 들어가기 꺼려져요”
중소기업인과 미래 중소기업 현장에서 뛰어야 할 대학생들 간의 인식차이가 점차 심화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대학생들은 여전히 취업난을 겪고 있다. 본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형성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매월 첫 번째 주 대학생 기자단이 꾸미는 특별판 ‘행복한 중기씨’를 연재한다.

# 1
문태주 : (술에 취해) 나 승진 물건너 갔다. 다 끝났어. 이제.
서지은 : 승진이야 다음에 또 하면 되지.
            (중략)
문태주 : 대학 때 내 밑에 기던 놈들이 대기업 상무 이사 달았는데, 나는 뭐 자존심도 없는 줄 아냐. 나도 이 세상 확 휘어잡고 큰 소리 치면서 살고 싶어. 남들한테 성공했다는 소리 들으면서 그렇게 살고싶다고! 야 내가 괜찮다니까 진짜 괜찮은 줄 아는데, 나 문태주 자존심 상해 죽겠고! 진짜 쪽팔려 죽겠어.
<드라마 ‘마마’ 2회, 2014. 8. 3 방영분 中>

# 2
최영도와 문준영은 같은 제국고등학교(명문 사립고)학생이지만 문준영은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이 학교에 전학 온다. 이를 알게 된 최영도는 문준영을 늘 괴롭히며 자신의 아버지의 지위를 과시한다.
최영도 : (공으로 문준영 맞히며) 미안 안 다쳤어? 그런데 준영아 어쩌냐? 앞으로 너 인생이 쭉 이렇게 될 텐데. 왜냐하면 우리 제우스(극 중 최영도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가 너네 아버지 회사(극중 중소기업) 곧 먹을 거거든.
문준영 : (공을 꽉 움켜지고 분을 이기지 못하고 최영도를 향해 소리지르며 잡고 있던 야구공을 던져 유리창을 깨뜨린다.) 으악!
최영도 : 오호. 가난하지만 자존심은 지키시겠다? 건강이 제일이지 몸이나 지켜. 뒤이어 최영도 패거리들이 준영을 폭행한다.
<드라마 ‘상속자들’ 1회, 2013. 10. 9 방영분 中>

# 3
대기업 회장 아들 동준은 김치공장에 가서 화를 낸다
동준 : 당신들 뭐야. 대기업 사칭이나 하고 다니면서 당신들 우리 아니었으면 문도 못 열었어!
하은 : 동준씨 제발 나가서 얘기해.
김치공장 직원 남 :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여기는 신성한 김치공장입니다.
동준 : 당신들 우리 회장님 아니었으면 문도 못 열었어 알아?
<‘모두 다 김치’ 35회, 2013. 4. 27 방영분 中>

오늘날 미디어는 대중의 인식과 사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텔레비전은 미디어 중에서도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는 장면이 적절한 수정 없이 방송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중소기업 종사자를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한 실패자로 묘사하는가 하면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는 친구들에게도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과 대학생 등이 쉽게 접하는 프로그램에 이같은 표현들이 많아 중소기업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행복한 중기씨 대학생 기자단 ‘컴온요 중소’팀은 미디어에서 중소기업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사례가 취업준비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취준생 84% “中企에 부정적 이미지”
대학생 기자단은 지난달 19일부터 5일간 서울 소재 취업준비생 100명에게 ‘미디어에서 중소기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을 본 적 있나’라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진행한 인터뷰에서 취업준비생들은 미디어를 통해 쉽게 중소기업의 부정적인 모습을 접했다고 전했다.

홍채원(22)양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어 드라마에서 방영되는 모습을 주로 믿는 편”이라며 “특히 지난해 즐겨 본 드라마 ‘상속자들’ 중에 유독 중소기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형성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양정인(27)씨는 “미디어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며 “특히 사회경험이 적은 청소년과 대학생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취업준비생 L양도 “미디어 속 중소기업에 대한 표현이 취업할 회사를 고르는데도 영향을 준다”며 “중소기업의 종류가 다양하고 분위기도 다른데 미디어에서 모든 중소기업을 한데 묶어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미디어 노력 中企인식변화 도움될 것”
최근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미디어의 올바른 중소기업 인식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드라마 제작관계자들을 초정해 ‘지역·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TV 드라마’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를 통해 참석자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인식개선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TV 드라마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산업부는 최근 방영되는 대부분 드라마가 대기업을 주요 소재로 정하는 반변 중소기업이나 장인 등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도 서울의 대기업에 종사하거나 재벌 2세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중소기업을 배경으로 하는 일부 드라마에서는 종사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등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만기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드라마는 시청자의 삶과 의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며 “드라마에서 우리 경제와 일자리의 주역인 중소기업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방송국 제작자들도 공감의 뜻을 전했다. 한 방송국 PD는 “TV 드라마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한 발 앞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나간다”며 “90년대 트렌디드라마가 진취적인 전문직여성 묘사를 통해 여성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에 기여했듯이, 지역기업과 중소기업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통해 가랑비에 옷 젖듯 긍정적 인식변화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