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세정지원 대전환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국세행정의 큰 변화가 시작된 느낌이다.”
-밸브제조 중소업체의 A대표(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이후 경기가 더욱 악화됐는데 이번 세정지원으로 음식·숙박·운송업종 서민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열어줄 것 같다.”
-펜션을 운영하는 B대표(전북 부안군)  

“사업을 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는 소식이다.”
-올해 재창업을 준비하는 C대표(서울시)

최근 국세청이 내년 말까지 132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해 15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잠정 중단하고, 해당 기업이 신고한 매출에 대해 사후 검증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중소기업계가 내놓은 반응이다. 이번 국세청의 발표를 두고 ‘중소기업 국세행정의 환골탈태’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대세다. 그만큼 침체된 경기 여건 속에서 휴·폐업까지 고려했던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세정지원이란 얘기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는 지난 1998년 IMF 사태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등 한국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했던 때에 실시됐다. 이번 국세청의 세정지원도 현 경제 여건이 앞서 두 차례의 위기 상황과 맞먹을 정도로 어려운 상태에 직면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제악화의 돌파구를 전폭적인 세정지원을 통한 중소기업 기(氣) 살리기로 찾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세무 당국이 강력한 조사를 펼치면서 업계의 경제심리가 너무 위축된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 세정지원을 통해 경제 전반이 되살아나고 거기에 맞춰 세수가 늘어난다면, 서로 윈-윈 하는 게 아니냐”고 평가했다.

세무조사 강화가 경기침체 악영향
사실 현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느끼는 위기감은 사업 존폐마저 고려할 정도로 극심하게 악화된 상태다. 지난 8월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전국 주요업종 소상공인 456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하반기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7.5%는 ‘올 상반기 경기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6.3%는 작년 하반기 대비 경영수지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처방안에 대해서 ‘휴·폐업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곳이 21.8%에 달해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응답자들은 인원감축 및 인건비절감(21.6%), 사업축소(20.1%) 순으로 답했다. 결과적으로 소상공인 5명 중 1명은 아예 경제활동을 멈추겠다는 뜻으로 우리 풀뿌리 경제가 고사 직전에 달했다는 걸 방증했다.

여기에 지난해 국세청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세정의 칼날을 휘둘러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을 시름에 빠지게 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무조사로 거둔 세금은 8조6188억원. 이는 한해 동안 국세청이 추징한 금액 가운데 사상 최대 수치다. 자세한 세무조사 추징 대상을 살펴보면 법인이 5128건(6조6128억원), 개인 사업자는 4392건(1조68억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난해 강력한 세무조사로 추가로 걷은 세금이 늘어났지만, 전체적인 세정 당국의 국세 수입은 8조원이 넘게 덜 걷혔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세무조사 강화로 추가 추징은 실현할 수 있어도 사업자들의 경제심리가 바싹 얼어붙어 전체 세수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지난해의 폐단을 반면교사 삼아 ‘경기 부양’을 우선으로 하고 이어 ‘세수 확대’를 하는 방향으로 이번 중소기업 세정지원 대책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 활성화 열쇠, 중소기업에 있다”
이번 국세청의 세정지원 대책의 주요 골자는 중소기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있다. 우선 음식·숙박·운송업 등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과 영화·게임 등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업종 가운데 연매출 1000억원 미만인 131만8000개 기업에 대해 2015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들이 신고한 수입 내역에 대해서도 세정 당국이 사후 검증을 하지 않는다. 이번 세정지원 대상은 전체 사업자(법인 52만개, 개인 456만개)의 25%에 해당할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 행보다.

 경제 활성화 4대 중점지원 분야로 국세청은 △경기침체에 따른 사업애로 업종(180만개) △업황이 부진한 지역특성 업종·산업(지방청장 선정) △경제성장 견인 산업(22만개) △일자리 창출 기업(고용 약속기업) 등이다.

이번 대책으로 가장 수혜를 보는 업종은 음식업(40만7000곳), 건설업(30만9000곳), 운송업(22만4000곳) 등이 손에 꼽힌다. 이들 3대 업종은 주로 영세업자와 고용된 인원이 많다. 풀뿌리 경제를 유지하는 주된 요소란 말이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부회장(광명전기 대표 겸 국세청 중소기업세정지원협의회 위원장)은 “세무조사가 경영 활동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가장 큰 변수이자 위험 요소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대책으로 당분간은 경영 불확실성이 제거됐고, 투자 심리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패자부활’ 中企 적극 돕는다
이번 국세청의 중소기업 세정지원 대책에는 회생 노력을 보이는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도 담겼다. 현재 사업이 어려워 세금을 체납하고 폐업을 했거나 신용불량이 된 사업자가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신청할 경우, 체납세금으로 인해 사업자등록이 거부되거나, 완납할 때까지 정상적으로 사업을 재기하는데 불편이 따랐다.

이에 국세청은 체납액 3000만원 미만인 사업자가 사업을 재개하고자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는 경우 즉시 발급을 하고, 체납이 있다는 사유로 사업자등록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재기하려는 모든 사업자에겐 최장 1년간 압류·공매 체납처분 유예, 신용정보제공 해제 등을 통해 재기의 디딤돌 역할을 할 방침이다.

또한 청년·벤처 창업자에게 불합리한 서류 제출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사업장이 없는 청년·벤처 창업자가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임대차 계약서 등 요건서류를 요구하는 관행이 있었다.

김기문 회장, 세정개혁에 솔선수범
중기중앙회는 국세행정에 있어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국세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비롯해 여러 개혁을 주도하면서도 정부 정책 입안자들에게 중소기업의 현실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에 앞장섰다.

국세행정개혁위는 국세 행정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던 기존 국세행정위원회를 확대·개편한 민간자문기구다. 여기서는 개혁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를 통해 종합적인 국세행정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도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주관으로 중기중앙회에서 ‘2014 국세행정포럼’을 열고 경제 활력을 위해 납세협력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를 적극 개진하기도 했다. 

中企세정지원 3대 체크 포인트
①세금 면제 아닌 조사와 사후검증이 면제
국세청의 이번 세정지원으로 132만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내년 연말까지 세무조사와 사후 검증을 면제 받는다. 하지만 이를 세금을 아예 면제받는 것을 알면 큰 오해다. 세무조사와 검증을 유예하기 때문에 세금 신고는 기존대로 진행해야 한다. 자칫 법인세 등의 신고를 소홀히 하다간 나중에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②국세청 홈페이지에서 면제 업종 확인
기존 세무조사 대상자는 전체 사업자 가운데 법인 52만개, 개인 456만개다. 여기서 25% 수준인 132만개 사업자가 이번 세정지원 혜택을 받는다. 자신이 이번 지원 대상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국세청 홈페이지에 마련된 ‘세정지원 안내서’를 찾아봐야 한다. 특히 자신의 사업자등록증에 표기된 업종 코드와 지원대상 코드를 대조하는 것도 빠트려서는 안 된다.

③지원대상자라도 소득 축소 신고는 불법
세금 신고에 대한 사후검증이 면제라고 해도 세금 신고는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 국세청의 사후검증 면제 혜택은 세금 신고 이후 이에 대한 서류 검토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사업자가 매출을 축소 신고할 경우 국세청 전산 시스템이 여러 기재 내용들을 분석해 오류를 잡아내기 때문에 세금탈루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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