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 코리아 소싱페어 in 홍콩

▲ 지난 18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에서 개막한 ‘코리아 소싱페어’가 세계 각국에서 찾은 3만5000여명의 바이어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쩌꺼찬핀스션머(이 제품은 뭔가요)?” 중국의 젊은 남자가 말했다. “Can I get one for a sample?” 옆에서 조용히 제품을 만지던 영국 아저씨가 끼어들었다. 홍콩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아시아 월드 엑스포(Asia World-Expo).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열린 모바일 전자전시회(Mobile electronics)에 마련된 한국 공동관인 ‘코리아 소싱페어’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바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4년 연속 지원하고 있는 코리아 소싱페어는 국내 모바일 전자기기 분야의 강소기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특별 기획된 시장개척단 사업이다. 이번 한국 공동관에는 49개의 알토란 같은 중소기업들이 한데 뭉쳤다.

코리아 소싱페어가 노리는 시장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시장까지 정조준한다. 여기에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이라는 수출 터보엔진을 장착해 더욱 자신만만한 분위기다.

코리아 소싱페어에 4년째 출사표를 던진 모바일 케이스 제조 중소기업 대표는 말했다. “처음 참가할 땐 코리아 소싱페어에서의 성과를 반신반의 했습니다. 저가 경쟁력으로 몰아붙이는 중국 제품이 주변에 즐비하잖아요.”

그는 덧붙였다. “이제는 확신하게 됐어요. 코리아 소싱페어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수출 물꼬를 트지 못했을 겁니다. 확실히 중소기업끼리 뭉치니까 코리아 파워가 폭발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공동관 곳곳에 나붙은 현수막이 코리아 소싱페어의 저력을 강조한다. “Great Korea!”

“추격자 따돌리고 시장 선점하라”
“뭉쳐야 산다.” 49개 중소기업이 참여한 코리아 소싱페어(KSF)는 전자분야의 세계적 전시회인 ‘차이나 소싱페어’(CSF)의 쇼인쇼(Show in Show) 형태로 기획됐다. 이번 CSF에는 20개국에서 1500여개의 기업이 참가했다. 49척의 판옥선을 1500개의 적선이 둘러싼 형국이다.

강력한 코리아 시너지를 통해 1500개의 경쟁기업을 압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차이나 소싱페어를 주최한 글로벌 소시즈(Global Sources)의 김대윤 과장은 말했다. “오히려 해외 참가기업들이 환영합니다. 한국관이 구성되면 바이어가 북적 대거든요. 덩달아 자기들도 바이어의 발길을 끌어 들일 수 있잖아요.”

사실 겉으론 환영의 쌍수를 들지만, 경쟁기업 대부분은 뒤에서 날카롭게 칼을 간다. 고품질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 업체를 추격하는 데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업체 관계자는 말한다. “카탈로그나 샘플을 가져다가 몇주안에 모조품을 만드는 건 비일비재해요. 저희 부스에 방문하는 바이어 중에 경쟁기업들도 상당수 있어요. 항상 긴장하게 되죠.”

4년 연속 전시회에 참가한 이기헌 네오메트로칸 대표는 말한다. “전시회는 자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공개하는 제품 격전장입니다. 문제는 쫓아오는 경쟁기업만 신경 쓰지 말고 급변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짚어내는 게 관건이죠.” 이기헌 대표는 원래 MP3 플레이어를 팔았다.

그는 “2006년까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이 대표는 재빨리 MP3를 버리고 모바일 액세서리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시장의 변화를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블루투스 스피커 전문기업인 TS의 최현석 대표는 “이제는 카피로 경쟁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한다. 최 대표는 “카피를 해도 기술력의 격차를 따라잡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 사이 새로운 기술 트렌드가 나온다면 사실상 카피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추격해오는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는 부담이 크다.

액정보호필름을 제조·유통하는 NDFOS의 김군현 대리는 “보호필름의 경우 저가 제품은 기술력의 변별력이 적다”며 “우리 회사도 저가 제품을 생산하지만 중국 제품과 차별화하는 기능 중심의 제품으로 고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디자인 강화하고 특허 장착하고
결국엔 차별화 전략만이 살길이다. 김욱현 디자인랩디오 대표는 말한다. “제조 능력과 함께 디자인 혁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디자인랩디오는 ‘세븐밀리’(sevenmilli)라는 브랜드로 케이스 분야에서 국내 최초 애플의 공식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디자인 덕분이었다.

"이 회사는 7명의 디자이너가 세웠다. 7명의 디자인이 공들여 만든 애플 케이스는 알루미늄 소재로 20단계의 공정을 거쳐 25일 만에 완성된다. 짝퉁 모조품이 범접할 수 없는 명품 디자인과 제조 기술이 필요하다.

CPC는 아예 특허로 무장해 자신만의 시장을 탄생시켰다. CPC의 겔 패드는 스마트폰 거치대다. 자동차 대시보드나 유리창에 거치할 수 있는 장치로 스마트폰을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다.

오원식 CPC 부사장은 “이 기술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도 특허출원한 제품”이라며 “2006년에 특허를 취득한 이후 전 세계마다 단골이 생길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애니그립’이란 브랜드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할 만큼 CPC의 전시부스에는 기술력을 사전에 알고 찾아온 바이어들이 줄을 이었다.

문화 한류, 제품 한류로 바꿔야
“2년 전만 해도 전시장 전체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들을 수 있어요. 업체마다 계속 리플레이를 하는 거죠. 그땐 정말 한류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지요.” 이번 전시회에 3년 연속 참여한 한 중소기업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 전시부스에서 통역을 담당한 홍콩 현지 대학생 조연지 씨는 말한다. “한국 드라마에서 K-pop으로 한류가 더 증폭되고 있는 것 같아요. 홍콩에서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새로 나오면 많이들 갈아타는 경향이 있어요.”

한류에 대한 기대감은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두바이에서 온 바이어 모하메드는 한국관을 둘러본 뒤 “상대적으로 한국기업들은 품질이 좋고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호평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이미지를 출력하는 프린터 업체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최근 오더가 들어오는 걸 보면, 제품 포장지를 그냥 한국 포장지 그대로 달라는 곳이 많아졌어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같은 경우엔 한국어가 되레 고품질이란 이미지를 더해 주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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