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현욱(중소기업중앙회 채권관리부장)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연차보고서 ‘2015 두잉 비즈니스(Doing Business)’에서 한국이 5위를 차지했다. 189개국을 대상으로 10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다.

2003년 평가가 시작돼 2012년 첫 10위권 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8위에서 올해 5위를 차지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1위), 홍콩(3위)이 우리보다 앞서 있으며 일본이 29위다. 올해 평가 대상은 창업, 건축인허가, 전기공급, 재산권등록, 자금조달 용이성, 소액투자자보호, 세금납부, 국제교역, 법적분쟁해결, 지급불능해결 등 10개 지표이다. 노동시장 평가는 제외됐다. 이중에서 눈에 띈 분야는 기업분쟁과 관련된 사법분야(Enforcing contracts)다.

이 보고서는 사법부의 역할이 기업가에게는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시장 질서에 관한 법률을 해석하고 경제적 권익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이 효율적이고 투명할수록 새로운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 주고, 특히 신속한 재판은 중소기업에게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사법의 효율성(judicial efficiency) 평가에서 189개국 사법부 중 4위를 차지했다. 우리보다 앞선 국가로는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인구가 소규모인 점을 감안할 때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단연 1위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는 각 나라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도시 소재 법원의 1심 절차를 대상으로 했다.

분쟁 사례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물품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소송가액은 각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의 2배 또는 미화 5000달러 중 큰 금액으로 정하고, 판매자가 관할법원에 제소한 이후의 소송 절차단계, 소요기간 및 소송비용 등을 평가했다.

소송절차 각 단계는 계약이행 요구를 시작으로 변론 등 32개 절차로 분류돼다.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할 경우 소요기간은 230일로 OECD 평균 540일의 절반  이하이다. 

참고로 OECD 국가 중 이탈리아는 1185일, 그리스가 1580일로 법원 1심 절차만 3~4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법원에서의 소송비용은 OECD 평균인 21.4% 대비 절반 수준인 10.3%이다.

반면, 소송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방글라데시의 경우 무려 소송가액의 67%가 소송 관련 비용이다. 100만원을 청구하면 67만원을 법원과 변호사 비용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37개 소송절차, 406일의 소요기간, 소송가액의 15%가 소송비용으로 비교적 상위권에 속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구 법체계가 전무할 때 우리가 받아들였던 대륙법계통의 원조격인 독일(13위)과 일본(26위)보다 우리의 사법시스템 효율성은 훨씬 앞선다. 특히 IT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전자소송 시스템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한층 보호해주고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 연차보고서를 기업 분쟁의 실질적 권리를 찾는 지표로 삼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연간 3만건 이상의 대법원 사건은 역설적으로 사법 불신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전자소송 도입이 당초 취지와 달리 종이 사용을 병행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이용자의 편의성을 떨어뜨린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또한 이번 보고서는 권리 실현을 축소하거나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회생·면책 등의 제도 비율이 반영돼 있지 않다. 속도 경쟁에 익숙한 사회에서 사법의 질적 향상 실현은 사법 시스템의 진정한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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