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장준(기업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상승률은 2년여 동안 1%대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물가가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 일각에서는 현재 2.0%인 기준금리를 더 내려 시중에 돈을 더 풀어 디플레이션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처럼 돈을 풀어 선제적으로 디플레이션을 막는 것이 우리 경제의 소비를 진작하고, 우리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게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의 현실을 볼 때 돈을 풀어 경제를 선순환 궤도에 올리는 것이 쉽지 않고, 오히려 우리 경제를 더욱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물가가 낮아지는 원인은 공급측면에서 보면 해외로부터의 수입물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물가를 낮추는 보다 중요한 요인은 총수요 즉, 소비와 투자가 충분하지 않은데 있다.


빚 내서 활황 유지엔 한계
따라서 디플레이션을 막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와 투자의 지속적 증가에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소비가 증가하면 따라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소비의 지속적 증가야말로 디플레이션을 막고 우리 경제를 선순환 궤도에 올리는 관건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소비는 왜 증가하지 않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낮아 소비여력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미 가계가 필요한 내구재 등의 소비 대상 물품을 확보하고 있어서 더 소비할 필요성이 낮거나, 또한 현재의 물가가 가처분소득과 대비할 때 여전히 높거나, 아니면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소비를 하더라도 수입품을 소비하거나 해외 관광 등으로 해외에서 소비하면 그만큼 국내생산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빚을 내서 활황을 유지한 측면이 적지 않다. 그 결과 가계는 물론 기업과 정부조차도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부채가 높으니 경제주체, 특히 가계는 부채상환으로 인해 소비를 증가시킬 여력이 없는 것이다.

소비·투자 막는 근원 제거해야
또한 빚을 내 주택이나 자동차 등과 같은 내구재 등을 이미 장만했으니 가처분소득이 높지 않은 현실에서 이의 재구매 필요성도 낮아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가상승률이 낮다고는 하나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특히 높은 부동산 가격은 주택구매를 기피하게 하고, 상점 등의 임차료를 높여 상품의 가격을 높게 한다. 이런 상황이 낮은 가처분소득과 맞물려 소비증가를 가로 막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를 막는 근원적인 요인들 즉 높은 가계부채, 높은 부동산 가격, 높은 체감물가 등을 제거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더라도 반짝경기에 그치는 것이다.

오히려 돈을 푸는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정말 위기가 왔을 때 국가가 대처할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위험성을 증대시킨다.

또한 돈을 풀면 경기는 살아나지 않음에도 물가는 높게 유지돼 서민들의 삶을 더욱 궁핍하게 몰아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궁핍한 서민들의 삶과는 대조적으로 부유층의 주택, 증권 등의 자산가치는 높게 유지돼 부자와 빈자와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최상의 대책은 소비와 투자를 가로막는 근원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이른바 ‘경제개혁’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글 : 송장준(기업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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