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에 소재한 니트의류 전문 제조업체 우창어패럴(대표 최상호). 사양산업으로 치부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봉제 임가공 업종이지만 달러 획득의 보이지 않는 공신으로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리바이스, 리복, FRJ 등 굵직굵직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이 회사는 70~80년대 호황을 누렸던 섬유산업의 신화를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우창어패럴에 근무하는 종업원은 40여명. 이중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5명으로 중국 한족출신 연수생 3명과 조선족 출신 연수생 2명이 있다.
“봉제생산 라인은 대부분 제단부, 봉제부, 완성부로 구성됩니다. 짧은 기간동안 숙련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기술습득을 통해 안목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회사 이동업 차장은 연수생들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 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작업지시 과정에서 잘못된 지시가 내려갈 경우 오히려 실수를 바로잡을 정도의 수준이 됐다는 것.
그러나 이 차장은 “숙련단계로 접어들 때 귀국 시기도 같이 도래하는 것이 실무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힌다.
우창어패럴에는 커다란 근무지침 하나가 있다. 외국인 연수생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대우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최상호 사장의 굳은 의지와 연수생들이 불편한 부분을 수시로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회사측은 기숙사로 쓰고 있는 건물의 월세 전액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가스, 수도, 전기료 등 각종 공공요금도 대신 납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급여 및 4대 연금을 포함 연수생 한사람 당 평균 지출되는 액수가 130만원 이상으로 회사 지출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봉제부에 배치된 채영화(26)씨는 먼지가 다소 발생하는 작업 환경에 적응을 할 수 없었다. 자주 기침이 나고 피부에 반점이 생기는 등 증상이 심해지자 이 회사 최사장은 인근 병원으로 채씨를 데리고 갔다. 의사 진단결과 먼지 알레르기가 심한 것으로 밝혀져 작업장을 재배치 먼지발생이 덜한 포장반으로 이동, 현재는 아무 이상 없이 근무하고 있다.
중국 산동 출신 국애진(36)씨는 지난 2000년 한국 땅을 밟은 경우. 결혼을 일찍한 탓에 올해 16살 난 아들 손도군이 있다. 그녀는 중국 농촌에서 태어나 태생적으로 고생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가난을 아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한국 행을 택한 것.
“아직 중학생이지만 공부를 상당히 잘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 했고 가족과의 이별도 감수하게 된 것이죠.”
국씨가 처음으로 배치된 근무지는 부산의 한 섬유회사. 그러나 몸이 허약한 탓에 일 자체가 상당히 힘들었고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세월을 보냈다.
재배치 신청결과 우창어패럴로 오게 됐고 같이 일하고 있는 조선족 연수생들과 친자매처럼 지내는 덕분에 언어소통 및 한국생활에 무리가 없다.
국씨는 또 2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모아 중국 고향에 2층집을 지었고 3년 만기가 되면 귀국할 생각이다.
TV, 냉장고가 있는 기숙사 생활이 중국에서의 생활보다 편하다고 밝히는 국씨.
국씨의 한국에서의 생활은 자신의 인생은 물론 아들의 장래 진로까지도 크게 바꿔 놓고 있는 셈이다.
“30년이 넘게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잔업수당도 받지 못하고 철야작업을 밥먹듯 하던 옛날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노동 및 환경관련 규제와 임금상승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 할 수 없습니다.”
우창어패럴 최 사장은 연수생을 쓸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와 사회환경, 노동생산성을 뛰어넘는 임금인상률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주5일근무제 시행으로 영세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최 사장의 어두운 표정에는 코리언 드림의 경제개발 신화를 일궈낸 세대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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