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한 바지에 커다란 구두를 신고 중절모를 쓴채 스크린을 활보하던 까만 콧수염의 사나이 찰리 채플린.

영화 <모던 타임즈> 속 찰리는 컨베이어벨트 공장에서 주야장천 나사못만 조였고 우리는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었다. 그러나 고된 업무로 강박증을 얻기까지 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마 영화가 현실이었다면 그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반복노동으로 인한 어깨, 손목 결림 증상이었을 것이다.

작업에 열중하는 당신, 모니터를 향해 자라처럼 목을 빼 내밀다가 급기야 머리를 파묻는 수준이다. 고개를 숙인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일하다보면 몸이 경직되며 목뼈와 어깨 근육에 통증이 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거북목증후군(Turtle Neck Syndrome)’을 의심해 볼 것. ‘거북목’이라는 용어는 머리가 앞으로 향한 구부정한 자세를 본떠 지어진 말이다.

거북목증후군은 컴퓨터를 자주 다뤄야 하는 직장인,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학생 등이 자주 앓게 되는 질환이다. 작업환경에서의 나쁜 자세, 반복적인 손동작과 휴식 없는 무리한 작업, 컴퓨터 사용자의 나쁜 시력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해당 증후군을 앓게 되면 목뼈와 어깨 근육이 변형돼 마치 거북이처럼 목이 늘어지고 두부(頭部)가 앞쪽으로 구부정하게 돌출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스트레칭으로 반복·고정자세 피해야
고된 작업으로 인해 고생하는 건 목뿐만이 아니다. 단순 반복동작에 가장 지쳐있는 건 당신의 손목이다. 손, 팔목이 저리거나 어깨 근육이 뻐근한 느낌을 받는다면 당신은 ‘팔목터널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팔목터널증후군은 손목에 신경이 지나는 터널이 좁아짐에 따라 신경이 압박돼 손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는 질환이다. 팔목터널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손과 손목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며, 어깨, 팔 전체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작업 중에도, 작업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피로와 근육통, 목, 어깨가 결리며 자꾸만 근육이 뭉친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당신은 ‘근막통증증후군(Myofascial Pain Syndrome)’을 경계해야 한다. 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이상이 생겨 어깨, 목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 질환이다.

목이 뻐근하면서 뒤통수가 당기는 증상을 보이며 근육 위치에 따라 호흡곤란, 설사, 생리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만성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과 수면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의 정도는 매우 다양해 통증 없이 관절운동범위만 제한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괴로운 통증을 느끼는 환자도 있다.

이같은 증후군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모니터의 높이를 상향조정해 목이 앞으로 돌출되지 않도록 하고, 눈높이는 스크린의 상단 끝 정도에 맞추는 것이 좋다. 작업 시에는 한 자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는 것을 피하고,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 글 : 백남종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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