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움이 몰려드는 겨울의 움직임은 더딜 수밖에 없다. 무거운 몸을 박차고 일어나게 하는 것은 일종의 타당한 핑계거리가 있을 때다. 겨울 축제가 딱 걸맞다. 그래서인지 국내의 겨울 축제는 대부분 성공했다. 국내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가세해 나날이 열기가 높아진다. 그중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 화천 산천어 축제장이다. 축제장의 열기뿐 아니라 주변의 소소한 볼거리가 있어 함께 즐기면 좋을 일이다.

화천 산천어 축제(1월10일~2월1일)가 한창이다. 2003년에 시작했으니 10년도 더 넘었다. 필자는 산천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축제 준비중에 있는 화천으로 향했다. 강원도에서도 북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화천군. 동쪽은 양구군, 서쪽은 철원군과 경기도 포천군, 가평군, 남쪽은 춘천시, 북쪽은 철원군과 접하고 있다. 읍내는 작았다. 그리고 추웠다. 체감온도가 많이 춥게 느껴진다. 1월 평균기온이 영하 7.2°C라니 얼음 축제장으로는 아주 적격한 곳이다.

여느 도시와 다른 것은 군인용품을 파는 곳들이다. 거리 곳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군복을 입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리를 누비고 있는 군인들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군인용품을 파는 상점, 군인들에게만 할인을 해주겠다는 표시가 이색적이다.

화천 읍내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화천시장이다. 마침 장날(3일, 8일)이다. 상설 장터를 비껴나면 난전이 펼쳐진다. 물론 장날에만 펼쳐지는 전경이다. 길지 않은 장터 중간길 양켠으로는 식당, 잡화상 들이 이어진다. 그중 강원도를 대표하는 메밀전 집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메밀전, 메밀전병을 비롯해 마치 기계로 뽑아낸 듯, 크기와 모양이 일사불란한 만두에 눈길이 꽂힌다. 6장에 5000원 하는 메밀전병은 여느 강원도 지방과는 다른 소를 넣는다. 묵은 김치가 아니라 생채를 넣는다. 인심 좋은 전집 아주머니는 서비스로 맛을 보게 한다. 매콤한 고추맛과 고소한 기름이 어우러진 메밀전이 어우러져 맛이 상큼하다.

시장에서는 국밥 한 그릇 먹는 것도 기본이다. 여러 식당 중에서 손님들이 제법 많이 들어차 있는 순댓국집에 앉는다. 허름한 시장 식당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의 먹는 모습이 정겹다. 김치와 깍두기를 앞에 두고 먹는 순댓국 한 그릇. 뱃속에 따땃해질 무렵, 상설장 뒤켠에 있는 난전으로 가보니 소소한 재미가 있다.

약초 등 지역 특산물을 파는 곳은 물론이고 5일장마다 쫓아다니는 잡화상이 어우러진 곳. 추위를 녹이기 위해 피워 놓은 난로에는 군고구마가 익어가고 있다. 이곳 역시 또 인심이 좋다. 직접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면서 먹으라고 권하는 아저씨. 단맛이 나는 군고구마는 아저씨의 인심이 더해져 더 맛이 좋다. 소박한 재래 장터 여행의 재미는 주관적. 그저 자기 식대로 느끼면 될 일이다.

자리를 비껴 시네마 거리로 가본다. 큰 도로, 작은 도로에는 눈을 번쩍 띄게 하는 조형물들이 있다. 바로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산천어 조형물이 하늘로 날아다니고 있는 듯하다. 온통 산천어가 작은 마을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마치 헤엄이라도 치는 듯한 산천어 조형물을 따라 안쪽으로 가면 ‘산천어 커피 박물관’을 만난다. 올해 개원했다. 어린이집을 개조해 만든 커피 박물관은 요새 트랜드와 잘 어울린다. 특이한 점은 화천군 관할이지만 이곳에 전시된 제품들은 ‘제임스 리’라는 개인이 수집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살다 현재 화천에서 산다는 제임스 리가 모은 커피 소품 964점이 전시되고 있다. 제임스 리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전시관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중동지방,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국의 오래된 커피에 관련된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주로 1920년~1950년까지의 제품들이 많다. 천편 일률적으로 전시돼 있고 따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입장권(3000원)으로 지역 농산물을 교환 할 수도 있고 관람이 끝나면 커피 한잔을 시음할 수 있다. 블라인딩 된 커피 맛이 여느 곳보다 맛이 좋다. 또 커피 박물관 바로 앞에는 산천어시네마가 있는데 이 건물에서는 국내 최대 실내얼음조각을 볼 수 있다.

또 산천어 축제장은 화천 읍내를 에두르고 있는 화천천에서 펼쳐진다. 축제 때는 인산인해 사람들이 몰려 든다. 많은 산천어를 잡을 수 있는 낚시는 물론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얼음 낚시는 기본이고 ‘산천어 맨손잡기’는 축제 초기부터 지금까지 큰 인기를 누린다.

그 외에도 스노우펀파크(Snow Fun Park)와 아이스펀파크(Ice Fun Park), 눈썰매, 스노우 스네이크, 스노우 레이싱, 윈터트레킹, 얼곰이썰매 등의 체험을 즐길 수 있으며 얼음 조각이 강변 양옆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먹을 수도 있다. 축제장에 마련된 장소에서 소금구이도 가능하고 회로 먹어도 된다. 참고로 산천어는 수온이 연중 20°C를 넘지 않고, 용존산소량이 9ppm을 넘는 1급수 맑은 계곡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토종 민물고기다. 축제장에서만도 하루해가 모자랄 지경. 그래도 주변을 좀더 살펴보자.

해질 무렵에는 붕어섬으로 가서 낙조를 보자. 북한강 상류인 화천강 한가운데에 있는 이 작은 섬은 춘천댐(춘천시 신북읍)이 생기면서 만들어졌다. 여름에는 쪽배 축제가 펼쳐지고 매년 1월 중순에 낭천얼음축제가 펼쳐진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도 좋다. 아직도 붕어다리 앞에 있는 군모는 이곳이 전쟁터였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왠지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예전의 ‘비목공원’을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해가 지고 나면 다시 읍내로 나와 선등거리에서 야경을 보면 된다. 화천초등학교에서 우체국까지 이어지는 선등거리에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산천어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직접 만들고 싶다면 공방을 찾아도 된다. 몸이 무거워지는 이 겨울, 과감히 문을 박차고 나올 구실이 충분한 화천 여행이다.

■여행정보
○산천어 축제 주관
: 화천군 화천읍 중리 186-5/문의:1688-3005(재단법인 나라)/www.narafestival.com
○찾아가는 방법
- 자가운전 : 중앙고속도로 춘천IC → 화천 방면 46번 국도 → 배후령터널 → 오음사거리에서 416번 지방도 좌회전 → 대붕교 → 화천읍내 방면 좌회전 → 화천교 → 산천어축제장
- 대중교통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화천까지 하루 24회(07:05-19:35) 운행, 2시간 40분 소요
○별미집 : 축제장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 먹는 것도 재미가 있다. 그 외 화천시장이나 읍내에 음식점들이 많다. 오골계 구이를 파는 곳을 비롯해 많다.
○주변 볼거리 : 춘천에서 화천으로 올 때 거치게 되는 파로호 드라이브 길이 아름답다. 그 외  월명산, 용화산, 미륵바위, 통영사 약수터 등을 연계하면 된다. 통영사 약수터는 화천읍에서 서쪽으로 10㎞ 지점에 있는 미륵고개를 지나, 이 곳에서 상서면 노동리 쪽으로 산길을 따라 15분 간 걸으면 약수터에 닿는다. 병 치료에 좋은 약수터로 알려져 있다. 그 외 평화의 댐이 있으나 현재는 거의 유명무실화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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