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콸라룸푸르를 떠나 말레이반도 북동부 3개주를 돌아봤다. 중부의 빠항(Pahang), 북동부 해안의 떼렝가누(Terengganu), 북동부 태국 접경 끌란딴(Kelantan)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1천300km 가량을 차로 달렸다.
말레이시아연방은 각각의 왕(Sultan)이 다스리는 11개의 주(洲)와 2개의 연방직할주가 있는데, 이들 3개 주는 말레이반도 동해안의 항구들인 꾸안딴(Kuantan)과 콸라 떼렝가누(Kuala Terengganu), 코타 바흐루(Kota Bahru)를 주도로 하는 술탄들의 주다.
이번 짧은 여행에서 느낀 점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국민에게 아주 기본적인 것은 확실히 제공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기본을 잘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것이 이 나라의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모든 마을의 학교가 대단히 크고 넓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시골에 가면 학교가 크고 좋은 건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더 좋은 위치에 더 좋은 건물은 항상 군청이나 경찰서, 혹은 파출소 등이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모든 마을의 가장 좋은 위치에 가장 크고 넓게 자리잡은 것이 학교였다. 술탄이 사는 주도를 제외하면 17개의 도시와 마을을 들려봐도 단 하나의 예외가 없었다. 경찰서는 항상 도시 입구에 있었지만 군청 등 행정관청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국가가 교육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육 열기’ 예전 우리와 흡사
또 노란색 통학버스는 저녁 7, 8시가 되도록 학생들을 태우고 다녔다. 아침 7시면 집을 나서는 아이들이 거의 학교에서 12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은 우리의 예를 봐도 중요한 이야기다.
50, 60년대 우리의 부모들이 소팔고 땅팔아 오직 자식 교육에 힘을 기울인 것이 70년대 이후의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가져왔다고 볼 때 자원까지 풍부한 말레이시아의 미래는 보장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감탄한 것은 지역의 의료체계(병원)이다. 말레이시아의 군청소재지에는 모두 종합병원이 있다.
우리의 보건소는 말레이시아 국영 의료체계에 비교하자면 창피한 수준이다. 역시 크게 자리잡은 가운데 번듯한 건물과 제대로 된 기구를 갖추고 있었고 구급차도 잘 준비돼 있었다.
의료기술 수준과 비용은 어떨까? 싱가폴 국민들도 최근까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싸게 받기 위해 국경을 넘나들었다고 한다. 싱가폴은 최근 우리나라 샴 쌍둥이의 분리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낸 의료선진국이다. 아픈 사람이 저렴한 가격만을 찾아 낮은 의료수준을 찾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자국민에게는 거의 무료이며 최근들어 비용을 부담시키기 시작했다는 외국인들도 놀랄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말레이시아 국영 의료체계다.
이와함께 말레이반도 북동부를 차로 1천300km 남짓을 달리며 계속 느낄 수 있는 것은 이곳 사람들의 일반적인 ‘상식’ 수준이다.
때로는 4차선, 6차선 도로도 있었지만, 이번 여행길은 2차선(편도 1차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주행제한 속도는 시종일관 시속 90km였다.

철저하게 ‘기본’을 지키는 국민
마을이나 도시의 중심지에서는 시속 60km 혹은 시속 70km였지만 왕복 2차선의 지방도로나 고속도로나 모두 제한 속도는 시속 90km였다.
그러나 오토바이까지 빠르게 달리는데도 단 한 건의 사고도 보지 못했고 체증도 없었다. 어쩌다가 5, 6대가 행렬을 이루는 경우도 생겼지만 곧 풀렸다.
바로 서로에게 ‘양보’하는 마음 때문이다. 자신이 빨리 달릴 수 없는 경우는 전방을 살핀 다음 브레이크를 짧게 밟아 붉은 브레이크 등을 반짝여주거나 왼쪽 ‘깜빡이’ 등을 켜 뒷차가 자신을 추월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뒷차의 추월을 막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좁은 도로를 넓게 쓰고 물류를 원활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국민들의 갖춰진 기본이었다.
혹자는 ‘차량 수가 적으니까’하겠지만 콸라룸푸르에서는 이미 한 가구에 2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경우가 드문일이 아니며 웬만한 지방 가정에도 중고차 한 대씩은 보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이런 기본은 국토 면적이 남한의 3.3배 달하지만 인구는 절반정도인 2천500만명인 ‘공간적 여유’에서 배어 나오는 것이라 생각돼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식의 여유는 생활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말레이시아 북동부 내륙지역은 그동안의 상대적 소외에서 벗어나 서부에 있는 심장 콸라룸푸르와 혈맥을 크게 잇대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굽이굽이 좁은 도로를 넓고 곧게 확장하고 그 옆으로는 또 새로운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었다.
이 나라의 마하티르 수상이 일본과 한국, 특히 우리나라를 배우자는 ‘Look East’정책을 편 지 20여년….
이달 말 그가 수상자리에서 물러나지만 그는 국민들에게 이렇듯 기본을 다져주었다. 그리고 국민들은 상식이 통하는 건전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시작된 우리의 번영을 되돌아보면, 말레이시아의 미래도 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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