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장준(기업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근 그렇잖아도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돼 왔는데 지난 두달 연속으로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물자, 우리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려온다.

이러한 걱정은 디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더욱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는 부정적 생각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은 과연 우리 경제에 나쁜 것일까?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은 디플레이션을 경제에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필자는 꼭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경기순환론적 측면에서 보면, 경기활황기에는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 즉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이러한 활황기가 지속되다가 수요가 상당히 충족되고 나면 그때부터 수요가 줄기 시작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물가가 하락하게 된다. 이것이 디플레이션 현상이다. 따라서 경기순환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디플레이션은 초과공급을 조절함으로써 과열된 경기를 식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가격 경쟁력 높이는 측면도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디플레이션 아래에서는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가치가 하락을 한다. 이러한 자산가치 하락은 일반적으로 소비여력의 위축을 불러온다. 한편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위협을 받아 금융기관의 자금공급 능력이 줄어든다. 소비여력 위축과 자금공급 위축은 경제를 어렵게 한다. 이런 것들만 보면 디플레이션은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주장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에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먼저, 디플레이션은 구조조정의 역할을 한다. 디플레이션은 한계기업들을 도태시키고 살아남은 기업들을 더욱 강하게 하며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기업들의 탄생을 불러온다. 따라서 자금공급의 지나친 확대와 같은 무리한 디플레이션 회피정책은 구조조정 기회를 상실하게 해 경기반전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재정건전성만 해치게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그 좋은 본보기라 할 것이다.

또한 디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가계의 생계비가 하락한다. 이를 반영해 노사가 임금인하 합의에 도달하면 기업의 생산원가가 하락한다. 이에 더해 물가하락은 필연적으로 재료비와 경비의 하락을 불러온다.

경제체질 개선 계기로 삼아야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기업의 생산원가를 낮춰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디플레이션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물가하락이 기업의 인건비, 재료비, 경비의 하락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디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가계의 실질소득은 증가한다. 즉 디플레이션 전과 비교할 때 같은 금액의 돈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여력이 생긴다. 이러한 소비여력의 증가는 앞에서 말한 자산가치 하락에 의한 소비여력의 위축에 의해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다. 결국 어느 쪽의 힘이 강하냐에 따라 소비여력의 증가 또는 하락이 결정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플레이션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의 문제를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과는 정반대로 디플레이션 상태에서는 명목부채의 금액은 그대로 있다고 하더라도 상환해야 할 실질부채는 점점 커지기 때문에 부채상환의 압박이 크며 또한 이로 인해 돈을 빌릴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디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 및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을 무리하게 피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디플레이션 발생 시 이의 긍정적 측면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송장준(기업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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