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 경영의 모험

빌 게이츠는 해마다 몇권의 책을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독서광인 것으로 알려진 그가 소개하는 책은 세계인의 관심을 끈다. 최근 빌 게이츠가 소개한 책은 아주 특별한 케이스다. 그 책의 표지에는 겉장이 너덜너덜해진 책을 빌 게이츠가 음미하는 듯한 표정으로 읽고 있다.

이 책은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쌤앤파커스, 2015년 3월)이라는 책으로 1969년 출간됐으나 1970년 대 초 절판된 책이었다. 고급 시사교양지 뉴요커에서 금융 부문 기자로 활약했던 존 브룩스(John Brooks)가 쓴 책으로 1960년대의 굵직한 기업, 금융, 경제 관련 사건과 이슈를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정밀하게 분석했으나 당시로서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를 알아차리고 빌 게이츠의 손에 <경영의 모험>을 들려 준 사람은 워렌 버핏이었다. 1991년 빌 게이츠와 처음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 워런 버핏은 가장 좋아하는 경영서로 자신이 읽던 <경영의 모험>을 빌려줬다. 빌 게이츠는 곧바로 그 책에 빠져들었다. 처음 책을 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경영의 모험이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경영서’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 책을 절판이 돼 시중에서는 구할 수조차 없었다. 빌 게이츠는 결단을 내렸다. 그 책의 재출간을 돕기 위해 팀까지 만들어 저작권자인 존 브룩스의 아들을 찾아냈고, 결국 43년 만에 책을 살려냈다.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전해지면서 <경영의 모험>은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순식간에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국내에서도 번역 충간 되자마자 베스트 8위에 올랐다.

어떻게 43년 동안이나 잊혀졌던 책이 그렇게 부활할 수 있었을까?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에 따르면 이 책은 철 지난 문제가 아닌 진짜 경영의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영학의 바이블 같은 책이다. 거의 반세기 전에 발생했던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해 낸 경영의 기본 원칙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는 단순명쾌한 이야기나 문장으로 인물을 압축해서 설명하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 매우 비상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12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취재, 그리고 사건 사고의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인물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완성되었다. 어떤 책은 유행을 타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어 존재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역사의 패턴을 이해하는 데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존 브룩스는 제록스, 제너럴일렉트릭, 포드와 같은 여러 기업들의 영광과 고난을 연대기적으로 역사에 기록했다. 비즈니스에 관한 그의 글들은 사회사, 문학, 예술적으로 참조할 만한 내용, 그리고 위트로 가득하다.”

기업 경영과 가치의 창출 방식은 돈이나 성과가 아닌 바로 ‘인간’과 수많은 ‘인간적인 관계’를 통해서 ‘멋지고 아름답게’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튼튼한 기업을 경영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원칙들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그리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책을 쓰는 저자라면 반드시 적재적소에 독자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글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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