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노트]샤오미

▲ 중국의 베이징 샤오미 본사.

IT업계에 발을 디딘지 4년 만에 200배 가까운 기업가치 성장.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 6112만대로 세계 3위 자리 차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투자 유치 등. 이 정도면 ‘찻잔 속 태풍’을 넘어서 허리케인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회사인 샤오미는 기적과 같은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다. 지난 2010년 4월 설립한 샤오미는 이듬해 30만원대의 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여 가격대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입소문을 서서히 탔다.

이렇게 시작한지 불과 몇 해 지나지 않은 2014년 3분기에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현재 자국 내 시장 점유율은 12%대를 기록할 만큼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샤오미의 CEO인 레이쥔은 그만의 독특한 철학으로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단순함에 집중했다. 그래서 휴대전화도 샤오미폰 하나만 만들었으며 최고 수준의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고급 사양에 가격이 저렴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한 자체 운영체제(OS)인 미유아이(MIUI)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의 의견을 재빨리 수렴했다. 운영체제를 개선하는데 있어 이용자들이 동참하고 샤오미는 고객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버전을 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다수의 열혈팬을 기반으로 휴대폰 하드웨어를 만들고 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기록하면 커뮤니티의 열혈팬을 대상으로 샤오미폰을 사랑하는 ‘미펀’으로 전환한다. 미펀은 중국어로 좁쌀을 뜻하는 ‘미’와 팬을 뜻하는 ‘펀’을 합친 말로 샤오미 팬이라는 뜻이다.

레이쥔의 전략대로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문화 현상을 일컫는 용어) 경제를 가능케 하는 수천명의 ‘미펀’이 탄생했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1억개가 넘는 댓글을 달고 날마다 20만개의 샤오미 관련 포스팅을 올린다. 개방과 협력을 내건 인터넷 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의 팬덤 경제가 성공의 가장 큰 공신인 셈이다.

이와 함께 샤오미는 인터넷 판매를 적극 활용, 홍보 원가를 크게 줄이고 인터넷 입소문을 통해 빠른 시간에 많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욱이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물량만 파는 전략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데도 성공했다.

급기야 지난 8일 창립 5주년을 기념해 벌인 판촉 행사 ‘미펀제’에서 12시간 만에 스마트폰 판매량 212만대를 기록하며 기네스 신기록에 올랐다. 샤오미의 열렬팬인 ‘미펀’들에게 ‘미펀제’는 특별한 날이다. 샤오미는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로 창립일인 4월6일 전후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날은 샤오미 웹사이트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제품이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샤오미 공식웨이보에 따르면 오전 10시(현지시각)부터 12시간 진행된 미펀제 할인 행사에서 불과 8분30초 만에 판매액 1억위안(약 176억원)을 기록했다. 미펀제 행사가 끝난 후 총 212만대 스마트폰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는데 결국 샤오미는 스마트폰 최단 시간 최다 판매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남겼단다.

이날 총 판매액은 20억8000만위안(약 3668억원), 총 주문건수는 305만건에 달해 지난해 보다 30% 증가했다. 샤오미는 올해 행사에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TV(3만8000대), 피트니스 밴드(20만개), 파워 스트립 (24만7000개) 등을 판매했다.

이제 샤오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는 새로운 신제품을 출시하며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방침이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스마트TV, 모바일 액세서리, 액션캠 등 다양한 제품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다만 향후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샤오미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경쟁사들이 늘어났고 핵심기술 부재, 특허문제 등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라 부를 수 있는 화웨이, 쿨패드, 레노버, TCL 등이 샤오미의 성공 DNA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들 회사 역시 가격 인하에 뛰어들었고 인터넷 플랫폼과 팬덤을 결합해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샤오미 핵심 경쟁력의 부재도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샤오미폰의 CPU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등 다수의 핵심부품은 다른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구매협상력이 최고인 애플과 부품의 자체수급이 가능한 삼성 등은 차치하더라도 화웨이, ZTE, 레노버와 비교해도 핵심 기술이 부족한 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샤오미가 빠른 속도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성공가도를 이어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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