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환선굴을 개장한 후에 둘러보고 나서 몇 년이 지난 2003년 9월에 다시 찾았다. 가는 날 삼척은 곳곳에 심한 수해를 입었다. 2002년 ‘루사’가 할퀴고 간 자리에 올해 또 ‘매미’가 덮친 것이다. 곳곳에서 수해복구작업이 한창이다. 겨우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개울길을 만들어 뒀다. 환선굴은 입구부터 많이 변해 있다. 모습은 많이 나아졌지만 주계곡은 보기에도 민망스러울 정도로 피해가 심했다. 디딜방아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환선굴 올라가는 길은 예전보다 더 잘 다듬어 뒀다. 여전히 동굴까지 가는 길은 숨이 가쁠만큼 만만치 않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대이리 군립공원에는 지난 97년 개방된 환선굴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덕항산(730m) 중턱에 있어서 주차장에서 무려 30~40여분은 족히 걸어 올라가야만 동굴탐사가 가능하다. 계단을 잇는 관광인파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라가는 길 옆으로 펼쳐지는 주계곡은 지난 2002년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다. 디딜방아, 통방아는 흔적없이 물길에 휩쓸려 갔다. 복원작업중이지만 계곡 옆이라 언제 또 불상사를 당할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형형색색의 보도블럭을 깔아놓아 남녀노소 걷기는 불편함이 없지만 오름길이라서 숨이 가쁘다. 만만치 않은 동굴 탐사 여행에 다리가 튼튼해지고, 장엄하고 신비하게 느껴지는 덕항산의 삼림욕 괜찮다.
대이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강원도 오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을 대변해주는 것이 너와집과 굴피집, 그리고 통방아, 디딜방아들이다. 이 모든 것들은 강원도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현재 남아 있는 굴피집(중요민속자료 제223호)은 향토음식점으로 전환됐지만 너와집은 여전히 살림채로 남아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색 풍광을 보면서 계곡을 따라 환선굴에 오르게 된다. 대이리 동굴지대는 환선굴, 관음굴, 양터목세굴, 덕발세굴, 제암풍혈, 큰재세굴 등 6개의 동굴이 분포하며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돼 있다. 6개동굴 중 환선굴만 개방됐다.
오르는 길목에 선녀폭포와 계곡을 잇는 다리 부분이 압권이다. 커다란 바위가 오솔길을 뒤덮고 있고 계곡내에서는 시원한 물줄기와 냉기를 뿜어낸다. 잠시 쉴 수 있는 벤치가 나오고 이곳부터는 철계단이다. 계단을 따라 정상으로 한없이 오르면 환선굴 입구다.
환선굴은 총연장 6.2km로 추정되는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로 덕항산의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에게 공개되는 구간은 총 1.6km로서 2개소의 광장과 6개의 지굴을 포함하고 있다. 환선굴내에는 10여개소의 크고 작은 동굴호수와 6개소의 폭포가 분포하고 있어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지하계곡을 탐방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신흥사와 ‘봄날은 간다’의 대나무숲
신라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인 신흥사(삼척시 근덕면 동막6리)는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태풍으로 주변에 있는 내평계곡은 엉망이 돼 버렸다. 수해 복구가 한창이어서 절집 통행이 쉽지 않다. 수마가 할퀴고 간 그 자리에 일주문이 서 있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고즈넉한 절집이 들어 앉아 있다. 절집의 연륜을 보여주는 부도가 예사롭지 않다. 절집은 바람소리에 귀 기울여질 정도로 한적하다. 또한 대웅전 앞에 보호수로 지정된 배롱나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배롱나무 등걸이 안쪽에는 소나무가 우뚝 자라고 있다. 소나무를 뱃속에 부둥켜 안고 있는 배롱나무의 삶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삼척 장뇌삼
장뇌란 사람의 손으로 직접 산삼 씨앗을 받아 뿌리고 가꾼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장뇌 재배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강원도 여삼리(삼척시 노곡면) 일대. 이곳의 장뇌 재배는 120여년 전, 산삼 씨를 구해 집 근처에 심은 것이 장뇌 재배의 시초가 됐다고 한다.
지금은 해마다 재배 농가가 증가하고 있다. 마을 주민 각자가 장뇌삼을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장뇌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족히 10년이 넘어야 약효가 뛰어나다고 하는데 그것을 가꾸기는 쉽지 않다. 싹이 나고 자라다가도 중간에 죽기 마련. 생존율이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모양이나 약효면에서 자연산 산삼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재배 산삼을 장뇌라 따로 지칭하는 이유는 모양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산삼에 견줘 장뇌는 줄기와 뿌리를 잇는 뇌 부분이 특히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조차 산삼과 장뇌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장뇌는 강장, 강심, 원기회복 효과는 물론 인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도 혈압강하, 호흡촉진, 인슐린 생성촉진, 항암작용 등의 효능이 있어 고혈압과 당뇨병, 암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중국산 등이 난무하므로 삼척장뇌보존연구회나 삼척시농업기술센터(033-573-5959)에 문의해 구입하는 것이 좋다.
■별미집·숙박
마을 입구를 비롯해 환선굴 오는 길에는 제법 민박촌과 식당촌이 형성돼 있다. 굴피집(033-541-7288)과 골말식당(033-541-1554)에서는 농주와 칼국수, 감자전, 보리밥 등 토속음식을 팔고 있지만 특별하지는 않다. 삼척시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삼척 항구에 있는 바다횟집(033-574-3543)은 활어회와 곰치국으로 이름나 있다. 바로 앞에 있는 평남횟집(033-572-8550, 033-573-8550)은 연륜이 오래된 곳으로 체인점이 세군데 있다. 새천년 도로 중간에 있는 조각공원과 해맞이 조형물이 있는 밑으로 마린데크(033-573-2054)라는 바닷가 카페가 있다.
숙박은 삼척 정라항에서 가장 빼어난 곳인 펠리스호텔(033-576-0811)을 비롯해 바닷가 새천년 도로 주변으로 잘 지어놓은 모텔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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