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춘의 증언

1차 대전 종전 뉴스에 환호하는 거리 인파를 뒤로하고, 성당으로 향하는 베라 브리튼(알리시아 비칸데르). 4년 전, 베라는 아름다운 전원마을에서 남동생 에드워드(태론 에저튼)와 그의 학교 친구인 롤란드(킷 해링턴), 빅터(콜린 모건)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에드워드와 그 친구들은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조국을 지켜야한다는 명예심에 자원 입대한다. 

고귀한 명분을 안고 입대했지만 전장의 참혹함에 지쳐가는 롤란드. 베라는 그에게 용기를 주며 청혼에 응한다. 그리고 약혼자와 남동생, 그의 친구들과 가까이 있고 싶다는 생각에, 그토록 원했던 대학을 쉬고 간호사로 자원입대한다.

<청춘의 증언>은 영국 작가 베라 브리튼(1893~1970)이 1933년에 출간한 동명의 자전 소설에 기초했다. <청춘의 증언>은 중상류층 가정 젊은이들의 삶에 미친 1차 대전을 기록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결혼이 전부였던 시대에 대학 교육을 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독학으로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한 뒤 간호사로 프랑스 전선에까지 투입됐던, 당시로는 드물게 자립을 실천했던 여성의 고투가 담긴 페미니즘 시각의 기록으로도 대접받는다.   

<청춘의 증언>은 1차 대전이 배경인만큼 폭격기가 날아다니고 총알이 빗발치고 피가 튀는 전쟁 묘사는 없다. 참호 속 병사들의 초라한 몰골만으로 조국을 지키겠다는 이상을 품고 참전했던 병사들이 느꼈을 고통과 공포를 전달한다.

고대의 전투마저도 컴퓨터그래픽(CG)을 남발하며 화살이 폭우처럼 쏟아지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식의 과잉 표현을 일삼는 요즘 영화들 속에서, 이같은 절제는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여성의 관점에서 차분하게, 격조있게 전개되는 회고조 영화라는 이유로 시대착오적인 구닥다리 영화라고 폄하하는 평자도 있지만, 이는 문학적 품위가 넘치는 베라 브리튼의 원작과 동생과 약혼자 등과 주고받은 편지를 간과한 탓이 아닌가 싶다.

이들은 공부하고 사색하고 토론하고 산책하는 것 외엔 해본 것이 없는 중 상류층 젊은이들로,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는 시에 다름 아니다. 이들의 교양과 문학과 예술에의 경도, 귀족적인 절제력, 소년기도 마치지 못하고 거둬야 했던 이상의 날갯짓을 생각해본다면 <청춘의 증언>의 표현 방식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또 한없이 부러운 영국 영화의 유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애국심과 엘리트로서의 의무를 교육받은 청년들은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아니 신이 나서 자원 입대한다. 전쟁이 그리 오래갈 거라고 생각지 못했고 곧 돌아와 다함께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베라는 “조바심을 치며 단 한순간도 기다릴 수 없을 것만 같던 나는 이제 영원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내레이션 하게된다. 롤랜드를 잃은 베라에게 이제 남동생과 제프리, 빅터가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전선까지 갔던 베라는 ‘기나긴 작별의 연속’ 같은 시간을 맞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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