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시절의 자원외교는 큰 이슈를 모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자 에너지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공기업과 대기업이 손잡고 해외자원개발에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자원개발을 위해 외교사절을 보내고 정부가 기업들에게 해외 투자를 지원했으나 결국 자원개발권 확보에 실패 또는 탐사권을 얻은 광구에서 자원을 찾지 못하거나 인수한 해외의 기업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조원의 손실을 입자 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3월25일부터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돼 있는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의 공기업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주무부처를 대상으로 고강도 성과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성과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나선 것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국내 에너지안보와 자원공급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필요하지만 다수의 사업이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부정확한 정보와 이해부족 등으로 성과 논쟁이 지속적으로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석유공사 등이 해외자원개발 참여 시 초기의 고가매수, 기대수익 감소 등으로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개별사업이 다수 존재하고 출구전략 없이 계속된 투자와 사업관리 부실 등 위험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비현실적인 자산매각 추진과 차입위주의 자금조달로 해당 공기업의 재무적 위험이 가중돼 결국 국가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고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사망 이후 주춤했던 해외자원외교 의혹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날 강영원 전 사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16시간의 검찰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석유공사 사장으로 근무했던 지난 2009년 석유공사가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의 자회사인 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인수해 이를 다시 파는 과정에서 석유공사에 1조원대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검찰은 강 전 사장이 계약체결 직전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관련 내용을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하베스트 인수가 당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동의와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에 필요 시 최 부총리도 조사할 방침이다.

결국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부실경영과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면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투자실패와 비리의혹 등으로 세계적 자원확보 경쟁에서 뒤쳐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최근 저유가 시대가 이어지고 있어 지금이 투자적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해외자원개발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보니 장기적인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때문에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자조 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공기업들의 앞날은 당분간 가시밭 길이 예고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이 대표적 자원개발 공기업인데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부채 구조조정과 예산삭감이라는 바람 속에 신규 자원개발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과거 정부의 자원외교에 앞장섰던 기업들도 현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사업을 축소 또는 철수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의지를 감지할 수 있는 에너지자원 특별회계 중 해외 자원개발사업 예산은 지난해 6391억원에서 올해는 3594억원으로 줄어 이미 반토막 났다.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유전개발사업 출자도 1700억원에서 570억원으로 절반 이상이 축소됐으며 지난해 국회는 석유공사의 셰일가스 신규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앞으로도 에너지 공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강도 높은 요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에 그동안 자원개발 실패로 부실해진 공기업들의 재무상태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물론,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해외자원개발 관련 공기업들의 역할과 향후 효율적인 해외자원개발 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해외자원개발은 한단계 도약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 해외자원개발은 중장기적 국책사업임이 분명한 만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이목이 쏠린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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