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人] 김진학 ㈜이원·㈜그린 회장

▲ 김진학 회장

1987년 7월 인천 제물포역 인근에 8.3㎡(약 2.5평) 규모로 10명 남짓의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소규모 꼬치구이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오픈 초기 200원 짜리 꼬치를 팔아 14만원의 일 매출을 기록하던 이 가게는 28년이 지난 오늘, 전국 1900여개 가맹점으로 성장하며 외식업계의 신화로 자리잡았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한번쯤은 들러봤을 바로 그 ‘투다리’의 성공 스토리다.

투다리를 프랜차이즈의 신화로 만든 인물이 김진학 회장이다. 김 회장은 현재 국내외에 걸쳐 꼬치구이전문점 ‘투다리’ ‘토대력(土大力)’, 앤티크 펍 ‘칸’, 일본식 이자카야 ‘라쿠엔’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계열사로는 ㈜미라지식품의 ‘남가네 설악추어탕’, ㈜한모둠의 ‘한모둠순대국’등의 브랜드도 운영중이다.

이쯤 되면 가히 프랜차이즈 업계의 ‘대부’로 불릴 만도 하다. 그를 모르는 사람은 그가 처음부터 승승장구 했을 것으로 오해하는 것도 당연지사. 그러나 지금의 성공은 아무것도 없던 밑바닥부터 시작됐다.

“인천도시가스에 근무하던 시절 일본 출장을 자주 갔었는데 그곳에서 꼬치구이를 처음 접했습니다. 일본식 꼬치구이 문화가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본격적인 사업구성에 들어간 김 회장은 마흔살에 투다리 1호점을 오픈했고 예상대로 ‘대박’을 쳤다. “정신없이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10개 점포를 오픈하고 나서, 아! 이제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픈하는 점포마다 평균 매출을 넘어서고, 신개념 꼬치구이 문화에 젊은층과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이 쌍수를 들며 환영해 줬죠. 1년도 채 안돼 50여개 가맹점이 파죽지세로 늘었습니다.” 

투다리 사업이 어느정도 탄력이 붙을 무렵, 위기가 찾아왔다. 한 언론사에서 투다리의 식품안전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 당시에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라 처음에는 꼬치를 본사에서 공급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맡겼고, 점포마다 맛과 품질이 제각각이었다. 이에 김 회장은 서둘러 융자를 받아 1989년 ㈜그린을 설립, 중앙공급식 식자재시설 유통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칫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뻔 했지만 빠르게 대처하면서 오히려 투다리를 쾌속 성장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두번째 위기는 투다리가 큰 성장을 이룬 뒤 찾아왔다.
“1995년, 서울시내를 지나다 우연히 한 가맹점을 봤는데 간판은 색이 바랜지 오래고, 투다리를 상징하는 홍등은 깨지거나 허옇게 변할 만큼 낡아 있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숫자를 늘리는데 급급했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본사로 돌아온 김 회장은 가맹점 모집 중단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동원한다. 그리고 기존 점포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를 포함해서 직원들이 4인 1조로 팀을 짜 119구급대가 입는 주황색 작업복을 입고 전국 가맹점 수리에 돌입했다.

5년여에 걸친 대정장으로 점포가 되살아나고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자 가맹점주들도 본사에 깊은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한·중 수교 3년 만인 지난 1995년, 외식기업으로는 드물게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사업가이기도 하다. 다른 외식 기업 CEO들이 사업 타당성을 놓고 심사숙고를 거듭하다 도중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그는 달랐다. 가능성을 읽고 그의 전매특허인 도전 정신으로 뛰어든 것이다.

진출 초기, 참고할 만한 해외 진출 사례가 없었기에 시행착오도 겪었다. 土大力이 중국에 런칭되고(土大力은 투다리의 중국어 표기)초반에는 중국인들의 호기심을 얻어 어느 정도 매출이 나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인의 식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

중국인은 넓은 공간, 많은 메뉴를 두고 골라먹는 것을 선호했다. 그래서 모든 부분을 재정비했다. 매장을 165㎡(50평)에서 330㎡(100평)으로 늘리고 리모델링했다. 메뉴 또한 가짓수를 대폭 늘리고 재구성했다. 그 결과 매출이 30% 가량 올랐다. 일부 매장은 100%나 올랐다.

“해외 외식 시장을 공략할 때는 우선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1차에서 식사를 하고 2차에서 술자리를 갖는 문화는 한국과 일본뿐이죠. 이 때문에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한국처럼 주점 콘셉트의 체인점이 늘어날 수가 없어요. 다양한 음식과 술을 갖춘 중대형 레스토랑이라야 살아남습니다.”

특히 2002년부터 土大力을 술과 식사를 함께 파는 ‘패밀리 주점’으로 콘셉트를 바꾸고 메뉴 또한 갈비, 불고기, 설렁탕 등 한국 전통음식으로 재구성한 것이 주효해 상당한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현재는 청도를 포함해 북경, 천진 등의 11개 지사에 모두 110여개의 점포가 성업중이다.

2010년에는 태국 식품회사 Food Blessing.Co.Ltd와 합작,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현지법인은 투다리가 동남아시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주요 배경이 됐다.

김 회장은 “현지법인을 통해 태국의 문화와 트렌드, 고객들의 성향 등 현지인들의 식습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사업을 펴나가는데 시간과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국에는 현재 9개의 점포가 진출해 있다.

국내외에 걸쳐 사업적으로 승승장구해온 김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몸소 실천하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전국 매장에 모금함을 설치, 소외된 계층에게 지속적으로 기부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

특히 지난 2013년부터는 전사적으로 사회의 어려운 이웃의 환아들을 후원하기 위해  ‘새 생명 구하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각 점포에서 모금된 성금과 전 임직원, 협력사, 본사 출연금을 합쳐 매년 1억원의 성금을 모아 한국소아암재단, 밀알복지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림화상재단 등에 기부해 희귀·난치병 빈곤장애 아동과 소아암, 백혈병, 화상 환아들을 구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새 생명 구하기 운동’ 이외에도 다양한 사랑나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계열사 제품인 추어탕을 활용한 봉사활동이다.

지난해부터 매달 한두차례씩 본사 임직원들이 장애인복지관, 빈민가구, 독거노인 등 도움의 손실이 필요한 곳을 직접 방문해 추어탕을 배식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2.5평 남짓의 꼬치구이집을 글로벌 기업,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 회장은 아직도 할 일이 많아 보인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은 사람입니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을 시점이 올 때까지 남아있는 인생을 모조리 ‘투다리’ 등 운영하고 있는 모든 브랜드에 바쳐 헌신을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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