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사실상 종식 절차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외국인 관광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엔화 약세와 글로벌 경제 둔화가 계속되면서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올 하반기에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중국의 경착륙 우려 등 대외적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요인들이 널려 있다. 이대로는 정부가 목표하는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 경제 침체라는 덧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다.

‘수출부진·메르스·가뭄’ 삼중고
한국은행은 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가 2분기 성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14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올 2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에 그쳤다. 작년 4분기 세수부족 여파로 성장률이 0.3%에 그친 이후 올 1분기 0.8% 성장률로 회복 기미가 보이는가 했더니 다시 성장세가 고꾸라졌다.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면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분기(0.1%)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4월의 세월호 사고로 경제심리가 위축됐던 2분기의 성장률 0.5%에도 못 미친 수준이다. 세월호 때보다도 어렵다고 외치던 자영업자들의 외침이 실제 수치로 드러났다.

메르스와 가뭄의 타격을 받은 업종이 많았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0.8→-0.5%), 서비스업(0.9→0.1%), 운수 및 보관업(0.4→-1.3%), 보건 및 사회복지(1.8→-1.7%)등의 감소폭이 컸다. 가뭄 영향으로 농림어업 1분기 3.4% 성장에서 11.1%로 감소했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증가율 -0.3%는 작년 세월호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2분기(-0.4%) 후 최저치다. 5월말 부터 메르스가 급격히 확산되자 국내 소비자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수출도 침체 터널서 헤매긴 마찬가지였다. 2분기 수출은 전분기 보다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년동기 보다는 0.9%나 줄며 역주행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대중수출이 준 게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올해 2분기 대중수출은 2.6% 감소했다.

정부 추경안 통과로 위기 타개 기대
정부는 강도 높은 추경을 통해 저성장의 덫을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1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올해 3%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경제활력 제고와 구조개혁 노력이 성과를 맺으면 (우리 경제가) 경기 충격을 극복하고 3%대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큰 고비는 넘었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여야는 11조 8000억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세입 2000억원, 세출 5000억원 등 모두 7000억원 정도를 삭감하며 올해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11조5362억원으로 확정했다.

구체적으로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손실 지원이 1500억원 늘어나는 등 2700억원 정도가 메르스 분야에 추가 배정됐다.

또 가뭄·장마 대책에 160억원, 어린이집 교사 충원 같은 서민 생활 안정에 258억원이 증액됐다. 이 밖에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 150억원, 도시철도 내진보강 100억원, 민자고속도로 토지매입비 50억원 등 300억원이 안전 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로 증액됐다.

추경안의 부대 의견에는 소득세와 법인세 등의 정비를 포함해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단기 처방만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면 한은이 내놓은 2.8%의 성장률 전망치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간 2.8%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3분기와 4분기의 성장률이 각각 1%대로 올라서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경제전망 대내외 곳곳에 악재
특히 대내외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인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대내 요인을 보면 구조적 요인으로 위축된 소비 및 투자 심리가 쉽게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관련 업계의 부진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메르스 여파를 요인별로 분석해보니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 영향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7∼8월 관광 성수기에도 외국인 관광객 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분기 대비 0.1% 증가해 부진에 빠진 수출도 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분기 전망치(114)보다 12포인트 낮은 102를 기록, 기업들의 경기 회복 기대감마저 뚜렷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향후 5년간 2%대 중반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에만 해도 3.6~3.7%로 추정됐는데 이보다 크게 낮아졌을 것이란 게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도 잠재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중국 성장세 둔화 우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착륙 우려 등을 헤쳐나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 금리 인상은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지만 실제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금융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도 하락세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낸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교역 둔화 가능성이 하향 조정의 주요 배경이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3%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국·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할 우려가 있고,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KIEP는 최근 발표한 ‘2015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6개월 전 전망에 비해 세계경제 성장세를 급격히 약화시킬 요인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KIEP는 미국 경제에 대해 소비 혼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과 일본 경제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유럽(1.0%)과 일본(0.8%)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0.1%포인트,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KIEP는 신흥국에 대해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거시 경제 안정화를 위한 긴축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로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인도는 1.3%포인트 높은 7.5%로 올렸고 중국은 수출 부진과 부동산 침체를 이유로 종전보다 0.1%포인트 낮은 7.0%를 제시했다. 

한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 주요 대외 경제 리스크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이탈)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 △일본의 아베노믹스 효과 저하에 따른 금리 상승과 엔저 지속 △신흥국 성장세 둔화 등을 꼽았다. 

KIEP는 이런 위험 요인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한국의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수출 경기 둔화로 한국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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