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출연자가 자기 집에 있는 냉장고를 가져오면, 셰프들은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요리 대결을 펼친다. 방송을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냉장고를 셰프에게 맡기듯 ‘누군가 노후 의료비 준비를 맡아줄 전문가가 있었으면, 그게 안 되면 누군가가 의료비 준비방법이라도 알려줬으면’ 하는 생각 말이다.
 
[Step 1] 어떤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지 살핀다
사람마다 의료비 준비 현황에 차이가 난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국민건강보험에만 달랑 가입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손보험이다 암보험이다 해서 여러 민간 의료보험을 두루 갖추고 있는 사람도 있다. 때론 필요에 따라 때론 주변의 권유에 못 이겨 보험상품을 가입하다 보면 자기가 어떤 보험에 가입해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이때는 생명보험협회(www.klia.or.kr)나 손해보험협회(www.knia.or.kr)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험가입 조회’를 신청하면 1~2일 후에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Step 2] 어떤 보장이 얼마만큼 필요한지 살핀다
의료비 설계를 제대로 하려면 그 사람의 나이와 소득, 가족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 홀로 사는 사람이 아프거나 다치면 단순히 치료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암과 같이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면 치료 받으러 병원에 다니는 동안 소득이 줄거나 경우에 따라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 입장에선 병원비를 보장해주는 실손보험도 필요하지만, 최소한 치료받는 동안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는 정액형 보험도 필요하다. 맞벌이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맞벌이 부부가 두 사람의 소득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나가기 때문에 부부 중 한사람이 질병이나 사고로 소득을 상실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Step 3] 이미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용을 파악한다
이것저것 가입한 보험상품이 많다면 ‘의료비 보장 요약표’를 만드는 게 좋다. ‘암’에 대한 보장을 예로 들어보자. 최초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암 수술을 했을 때,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했을 때 각각 보험금으로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정리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보험금으로 병원비와 간병비를 충당하는데 부족하지 않은지, 혹시 치료기간 동안 다른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각종 보장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둬야 한다.

[Step 4] 보장 내용을 내게 맞게 조정한다
무턱대고 보험계약을 해지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 기존 보험을 해지했을 때 어떤 보장을 받지 못하는지 살펴야 한다. 의료실손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이 상품은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 실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2009년 9월 이전 의료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본인이 부담한 병원비를 전액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09년 10월 이후 가입자는 90%만 보장받는다. 그리고 2015년 9월 이후부터는 그 보장 비율이 다시 80%로 축소된다. 따라서 과거에 가입한 의료실손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면 오히려 보장이 줄어들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글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