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진광

▲ 쓸모없는 금형이 정리되자 공장의 모습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성장에만 목을 매고 달려 왔다면 지금의 진광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단조 분야에서 오래되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터줏대감답게 느리지만 안전하게, 그러나 뒤로 가지 않는 달팽이처럼 40년 가까이 앞만 보고 걸어 왔다. 그런 근성이 있었기에 단조 업계에서는 드물게 정밀 단조기업이라는 이름표도 달았다.

이제 해외로 뻗어나가야 하는 길목에서 진광은 이름에 걸맞은 체력을 갖추기 위해 뼈를 깎는 점검에 나섰다. 이영희 대표는 2013년 9월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QSS(Quick Six Sigma)’ 혁신활동을 시작하며 직원들과 함께 각오를 다졌다. 이번에야말로 뭔가 변화를 꼭 이뤄내자는 생각에 40년 경력의 자존심도 내려놓았다.

이 대표에게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중요시 하는 이 대표는 IMF 이후 해외 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냈다. 덕분에 단조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해외에 제품을 직수출하는 기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제조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투자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절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변화의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단조는 대표적인 3D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 업종이어서 자동화하기가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작업 현장에서는 소음과 냄새, 각종 부품과 원자재, 금형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기 일쑤다.

진광의 생산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재 입고에서부터 생산, 제품 출하에 이르기까지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다. 이 모두가 낭비 요소였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초 일본 혼다자동차의 1차 부품벤더인 SOWA사의 공정 검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 진출의 교두보가 될 SOWA사와의 계약을 앞두고 치른 공정 검사에서 32점을 받은 것이다.

원자재 입고에서부터 생산, 제품 출고에 이르기까지 현물과 정보가 불일치한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누구보다 작업 환경 개선에 힘써온 이 대표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생산환경 개선은 필수였다. 고민 끝에 이 대표는 QSS를 과감히 도입했다. 우선 공장 등 생산환경 정리를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선입선출 체계 구축에 나섰다. 적재 야드를 정비하고, 공장 여기저기 볼썽사납게 쌓여있는 금형 정리에 나섰다. 이미 쓸모가 없어진 금형을 정리했더니 25톤 차로 4대 분량이나 나왔다.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불용품과 불금품이 정리되자 이제 남은 금형을 정리할 차례였다.

금형을 보관할 적재대를 만들고, 이어서 소재야드 적치대, 제품 출하 적치대, 단조기용 소재 박스 등도 차례차례 만들어나갔다. 산처럼 쌓여 있던 원자재들이 쓰기 좋게 정리되자 공장의 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현장이 조금씩 바뀌자 직원들 사이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1기 혁신리더인 이중현 자재팀장의 아이디어로 제품 출하 적치대에 회사별로 색깔을 표시했다.

전직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진광은 SOWA사에서 실시하는 현장 심사에서 88점의 점수로 합격을 받으며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단조 업계는 현재 설비 과잉 상태입니다. 그만큼 경쟁이 심하다는 얘기죠. 그래서 정말 죽기살기로 해외 수출에 매달렸습니다. 직원들이 따라와 주지 않았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겁니다.”

SOWA 검사에서 합격을 받고 수출이 진행되자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원 스스로 제 할 일을 찾아갔다. 요즘 들어서는 힘들다며 회사를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재입사하기 시작했다. 몰라보게 달라진 진광의 생산현장에 대한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 요즘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브라질, 영국 등 해외 업체에서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다. 

“큰 배의 방향을 바꾸려고 키를 돌린다고 바로 배가 꺾이지는 않습니다.우리도 이제 막 키를 돌렸을 뿐입니다. 변화된 현장이 유지되려면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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