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 남다르게 결단하라, 한비자처럼

사람들은 먹고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사업에서 찾는다. 사업을 하고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성공에 대한 개인적 야망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성공한 기업가들은 흔히 과거에 난세를 헤쳐 나온 패자(覇者)들에 비유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게임이 있었다면, 지금은 국경을 넘나드는 무제한의 게임이 있다. 거기에는 온갖 지모와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쟁에 응용되던 <손자병법(孫子兵法)> <한비자(韓非子)> 등에 있는 병법과 술책이 기업의 운용과 관리에 쓰이고 있다.

<남다르게 결단하라, 한비자처럼>(미다스북스, 2015년 7월)은 이 출판사가 간행한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시리즈의 하나로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한비자의 사상을 알기 쉽게 다루고 있다. <한비자>는 사실상 역사서에 가까운 사상서다.

한비자는 인간관계를 철저하고 냉엄하게 해부한 것으로 유명한데, 제자백가서 가운데 <한비자>처럼 풍부한 역사적 사례가 실려 있는 책은 없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모든 성공과 실패의 이면에는 음모와 야합, 권모술수와 배신이 존재한다. 이러한 인간 불신의 철학을 집대성해서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체계화한 사람이 <한비자>다.

최고의 지략가였던 제갈공명은 유비의 아들 유선이 황태자에 책봉되었을 때 <한비자>를 읽으라고 권했다. <한비자>에 기술돼 있는 병가적 사상을 조직의 리더가 갖춰야 할 인간경영의 지침이자 제왕학의 근본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이병철도 <한비자>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른 경영자다. <한비자>에서는 리더의 유형을 상·중·하 3가지 부류로 나누고 있다.

“삼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며, 일류 리더는 남의 능력을 사용한다.(下君盡己能, 中君盡人力, 上君盡人能)”

최고의 리더들은 <한비자>에 실려 있는 용인술과 천하통일의 방략에 매혹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병철은 남의 능력을 최대한 사용한 리더라 할 수 있다.

그는 삼성을 경영하는 50년 동안 단 한번도 서류에 결재를 하거나 수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그는 사업초기에는 지배인에게 그 일을 맡겼고, 대그룹을 이룬 후에는 계열사 사장들에게 그 일을 위임했다.

중국은 전란시대가 길고 평화시대는 짧았다. 수천년 동안 드넓은 중국 대륙은 늘 영웅호걸들이 나타나 패권을 다투는 각축장이었고, 전란이 그치는 날이 드물었다. 한비자는 그런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난세를 이기고 성공하는 법을 제시했다.

특히 술(述)에 따른 부하통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실책을 범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권한을 확고히 정립하라.
둘째, 근무 평가는 엄격하게 하라.
셋째, 부하에게 좋고 싫은 감정을 드러내지 마라.
넷째, 가끔 부하에게 예기치 못한 질문을 던져라.
다섯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고 물어보거나 의도적으로 꾀를 내서 부하의 의중을 떠보라.

한비자의 이러한 리더십의 가르침은 수천 년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유교문화권에서 널리 애용됐다. 대부분 경영인들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고독한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21세기의 무한 경쟁의 상황에서 조직의 리더들은 모두 한비자의 난세 리더십을 깊숙이 연마할 필요가 있다.

- 글 : 이채윤 / 삽화 이동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