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릉수목원

초록의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가을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늘하늘 강아지풀도, 앙증맞은 아기 손을 닮은 단풍잎도, 학창 시절 친구와의 추억이 떠오르는 은행잎 등도 곱게 물들어 가고 있다. 시끌벅적했던 여름날의 추억을 뒤로한 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싱그러운 바람과 부드러운 햇살을 맞으며 걷기 좋은 계절이다. 빠름에서 벗어나 느림의 낭만과 여유를 만끽할 편안한 길을 찾아 나서 보자.

굳이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도심 곳곳에 산길, 숲길, 마을길 등 걷기 좋은 길들이 자리하고 있다. 계절을 즐길 감성과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된다.      

서울 맞아? 산림욕장에 사적지까지
동대문구 홍릉수목원과 인근 홍릉공원에 조성된 둘레길이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도심에 조성된 숲이지만 규모면에서는 지방의 자연림을 능가한다. ‘홍릉’은 일본인 자객들에게 시해당한 명성황후가 2년 만에 위호를 회복하고 묻힌 것에서 유래한 이름. 1919년 고종 승하 후 홍릉이 경기도 남양주로 옮겨가면서 그 자리에 공원과 수목원이 조성됐다.

현재 홍릉근린공원 숲 속 둘레길은 홍릉공원을 크게 한바퀴 돌아 공원 내 울창한 숲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짧게는 고려대역, 길게는 신설동역에서 진입할 수 있는 도보길과 이어진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세종대왕 기념관, 고종의 후궁인 순헌황귀비 엄씨의 능묘인 영휘원(永徽園), 영친왕의 장남 이진의 묘인 숭인원(崇仁園) 등 사적지를 둘러볼 수도 있다.

특히 인기 있는 코스는 홍릉수목원의 산림욕장. 국립수목원답게 낙우송, 메타세쿼이아, 스트로브잣나무, 일본산 삼나무 등 다양한 식생을 자세한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외국산 수목은 물론 멸종위기에 처한 능금나무, 희귀종인 섬댕강나무와 미선나무, 북한산 자작나무, 풍산가문비나무, 잎갈나무 등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숲 속 곳곳에 조성된 아기자기한 길들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빠져 볼 것을 추천한다.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홍릉 숲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숲 프로그램이 마련돼 자연학습을 하기에도 좋다. 홍릉수목원은 토·일요일에만 입장 가능하며, 무료다.

한강을 품은 안산…성곽길 야경 최고
서대문구 안산은 산허리를 따라 7㎞를 걸을 수 있는 자락길 경관이 매우 뛰어나다. 인왕산 서쪽으로 솟은 안산(鞍山)은 말의 안장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연세대, 이화여대를 품고 있다. 나무 데크 길은 휠체어, 유모차도 다닐 수 있어 가족 산책 코스로 인기다.

특히 서대문구청 구간 부근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숲길, 숲속 도서관 등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편안함보다 오르는 즐거움을 찾는다면 봉수대가 위치한 정상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바위가 많아 암벽 등반도 즐길 수 있다. 봉수대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인왕산 자락에서 서울시내까지 뻗어나간 성곽길이 장관이다.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다.  

애월정·월영지·칠폭지…꿈속 휴식처 맞네!   
강북구 번동에 자리한 북서울꿈의숲은 걷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해 가족, 연인이 많이 찾는다. 숲속 산책로는 물론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돼 있으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의 절경을 감상하며 가을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수로정원, 사계원, 브라운가든, 화목원 등 5개 테마의 ‘야생초화원’과 계곡물을 7개의 폭포 경관으로 연출한 ‘칠폭지’는 누구나 추천하는 장소. 정자 ‘애월정’과 7m 높이의 ‘월광폭포’를 끼고 있는 1만1800㎡ 크기의 대형 연못 ‘월영지’ 주변에 앉아 있으면 2015년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된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 풍류를 즐기는 느낌이랄까. 복원된 전통한옥 ‘창녕위궁재사’(등록문화재 제40호)도 가을의 운치를 더한다. 서울광장 2배 규모인 초대형 잔디광장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마음껏 뛰놀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