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코스피 입성한 LIG 넥스원

▲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2일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LIG넥스원(주)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왼쪽부터),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효구 LIG넥스원(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정식 LIG넥스원(주) 사장, 김진규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천궁은 국군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지대공 전략 무기다. 우리나라 영공에 침투하는 적 항공기를 신속하게 찾아 격추하는데, 사거리만 40㎞에 달한다. 한번 발사하면 적기 6대를 동시에 격추한다. 발사 이후에도 적에게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 천궁에 탑재된 첨단 소프트웨어와 다기능레이더 등 주요 기술 모두 국산화했다. 

현궁은 휴대가 간편한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다. 현궁은 그간 수입해 온 유사 무기체계를 대체한다. 현궁의 관통능력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900mm 두께의 장갑차도 뚫고 파괴시킬 능력을 갖췄다. 현궁 앞에서라면 북한이 보유한 전차는 종이 장난감에 불과할 정도다.

휴대용 지대공유도무기인 신궁과 함대함유도무기인 해성도 국군의 명품 무기들이다. 위에 나열한 무기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모두 LIG넥스원의 작품들이란 것이다. 우리 국군의 무기 체계에 관심이 높은 매니아가 아니라면, 천궁·현궁·신궁 등과 같은 이름도, LIG넥스원이라는 사명도 낯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LIG넥스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100% 방위산업 제품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주식시장 상장과 방산비리 여파
방산 전문기업 가운데 LIG넥스원은 좀 특별한 회사다. 다른 방산기업 가운데 주식시장에 상장한 한국항공우주(KAI), 한화테크윈 등이 있지만 상세하게 살펴보면 방산 비중은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LIG넥스원은 오직 무기만 만드는데, 생산하는 모든 무기체계는 육지와 바다와 하늘을 수호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한국을 지키는 국내 최대 무기 회사란 것이다.

 이러한 순도 100% 방산 전문기업이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일 코스피에 진입한 LIG넥스원은 시초가 보다 6.43%(4400원) 오른 7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조6214억원을 기록해 코스피 130위에 진입했다. 하지만 LIG넥스원도, 주식시장의 투자자들도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한다.

LIG넥스원은 100% 순수 무기회사라는 상징성과 연간 10% 넘는 매출 신장 여세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 시장에서 최대어로 떠오른 기업이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1조4001억원, 영업이익 720억2300만원, 당기순이익 505억5400만원을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여준 것도 대어의 자격에 걸맞은 실적이었다.

지난달 중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청약 수요예측 결과에서는 121대1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상장 대박행진을 예고했다. 실제 뚜껑을 열어봤는데, 김이 팍 새고야 말았다. 일반 공모청약에서는 4.74대1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하고야 만 것이다. 지난 2일 주식의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10% 낮게 결정된 배경에도 생각 외로 사람이 몰려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이 주식 시장을 정밀타격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방산비리 수사에 따른 여파에서 비롯됐다.

국내 모든 무기 납품 관련 예산과 물량은 국방부에서 결정하고  방위사업청이나 국방과학연구소와 같은 산하 기관에 공급하게 돼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내 무기 시장의 규모는 매년 국방부 예산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국방부의 무기체계 소요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변화하는지가 관련 방산기업들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군 장성 출신의 인물들이 방산기업의 임원으로 스카웃되기도 하는데 소요예산과 입찰 등의 정보에 조금 더 가까이 가려고 애를 쓰는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국내 무기 시장 생태계 속에서 업체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은밀한 비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다른 해와 비교해 유독 방산비리가 수없이 터져 나오고 있고, 현재 진행형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LIG넥스원도 방산비리 수사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비리 의혹만으로도 주식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큰 부담이 되는 걸림돌이었다. LIG넥스원의 문제는 대전차 미사일인 현궁인데, 국방과학연구소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무기에 대한 성능평가를 허위로 실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을 자랑하는 LIG넥스원이 굳이 성능평가에서 비리를 저지른 의혹은 수사 결과에 따라 밝혀지겠지만, 방위산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 8월25일 LIG넥스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LIG넥스원은 상장 전까지 방산비리 수사가 큰 지장이 없을 거라 밝혀왔다. 반면 주식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LIG넥스원이 상장 출발을 큰 호재 없이 하게 만든 원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LIG넥스원은 예전보다 더욱 기업 이미지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간사업을 전혀 하지 않은 생소한 기업이 상장을 했는데 그 출발선에서 방산비리 수사와 같은 나쁜 이미지가 박혀버린다면 향후 주가 랠리에 큰 부담이 될 것이 뻔하다. 주식시장이야말로 투자자의 심리로 시작해서 심리로 끝난다는 말이 있듯이 LIG넥스원이 이번 위기를 최대한 슬기롭게 넘겨야 할 것이다.

한국판 레이시온의 성장, 기대해도 될까
LIG넥스원의 위상 강화는 투자자들의 수익 향상 기대를 넘어서 한국의 국방력 증진 차원에서도 상당히 절실한 대목이다. 공공적인 영역에서 LIG넥스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LIG넥스원을 곧잘 미국 방산 전문기업 레이시온과 비교하기도 한다. 레이시온은 세계 4위의 방산기업인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사일 방어 체계인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만드는 곳이다. 연간 매출만 25조원이 넘는 무기회사다.

LIG넥스원이 레이시온과 닮은 점은 바로 유도미사일 등 정밀타격 분야를 주력으로 한다는 것이다. 레이시온의 기업가치는 최근 2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라서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최근 무기 시장이 IT를 기반으로 하는 정밀타격이 중요시되고 있기에 그렇다. LIG넥스원은 유도무기 등 정밀타격 관련 제품이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LIG넥스원이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잘만 달린다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방산기업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LIG넥스원은 이번 상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 30위까지 올라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30위라는 순위가 아니라 LIG넥스원이 30위까지 도약하기 위해 체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는 점이다. LIG넥스원이 정조준하는 30위를 위해서 선택한 1번 추진체는 이번의 주식 상장이다. 여기에 2번 추진체가 될 엔진은 향후 수출시장의 성패일 것이다.

해외 선진 기업들도 같은 길을 걸으며 성장했다.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BAE시스템 등 세계적인 종합방산업체들도 상장 이후 수출 확대를 통해 현재의 막강한 지위를 확보해 왔다. LIG넥스원은 우선 신흥국 시장을 타깃으로 대전차 유도무기인 현궁을 쏘아올릴 계획이다. 현재 중동국가를 대상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데, 이들 중동국가들의 국방비 예산 증대가 큰 수출 지렛대 역할을 하는 분위기다.

이효구 LIG넥스원 대표(부회장)는 지난달 언론 보도를 통해 “아시아·중동·남미 등 개 9개 지역을 전략시장으로 분류해 집중 공략할 것”이라며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상장 여부가 기업 투명성과 신뢰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돼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미래 무기시장서 ‘긍정적’ 실적 예상
LIG넥스원이 해외시장을 상대로 맹렬한 공격 모드로 돌진한다면, 국내시장에서는 수성과 공성을 함께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최근 한화그룹이 방산부문 강화를 위해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면서 국내 방산시장도 글로벌 격전지 못지않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LIG넥스원이 국내외에서 무기 싸움을 하면 할수록 더 단단해지고 강한 방산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특히 이 회사가 이미 국내시장에서 유도무기체계, 감시정찰, 전자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성장 도약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매출액을 전년대비 25.3% 증가한 1조7544억원을 예상한다. 영업이익은 80.8% 증가한 1302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확대되는 미래 무기시장의 규모도 LIG넥스원에게 든든한 지원사격이 돼 주고 있다. 국내 육해공군의 전력강화를 고려해도 2조원이 넘는 신규 수주가 매년 발생한다는 것이다. LIG넥스원은 이미 확보한 수주잔고만 4조5000억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납품 이후에도 유지 및 보수 등의 MRO도 20년 가까이 지속되기 추가적인 매출 향상도 기대된다.

한 국가의 국방력은 그 나라의 국력과 경제력을 상징한다. 천조국이란 미국을 일컫는 별칭이다. 국방예산에 무려 1000조원을 넘는다는 데서 붙여졌다. 한국이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쏟을 수는 없지만, 잘 만든 첨단 무기로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LIG넥스원의 핵심 무기인 천궁과 현궁은 각각 올해 연말과 내년 초에 실전배치를 한다. 본격적인 양산단계에 돌입한다는 의미다. 이제 천궁과 현궁으로 LIG넥스원은 세계적인 무기체계들과 소리 없는 전쟁을 한판 벌일 태세다. LIG넥스원의 선전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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