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 기업과 기타 기업간의 성과 격차가 현저하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 기업 중에 구식 경영 기법을 통해 성과를 이어가는 기업도 많다는 사실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이나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바에야 내부적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사업 다각화, 임금 피크제 등 변화의 노력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된다. 다른 한 편에서는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빠르게 보편화되던 수단들이 설자리를 잃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한 후 일정궤도에 이르면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했던 기업 공개(IPO) 노력이나 과거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던 스톡옵션 제도의 퇴조가 그렇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다운-턴(Downturn)에도 일관된 경영 기조를 고수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들이 있다.

핵심역량 집중 본업 고수
기업은 환경 변화에 순응하기 마련이다. 태생이 어떤 산업에서 시작됐느냐 보다는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좇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현실의 비즈니스 영역에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본업을 고수하는 옹고집형 우량 기업 또한 적지 않다.
사무기기 전문업체 신도리코는 창업이래 단 한번도 성장을 멈추지 않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내수 불황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출 73%, 순이익 57%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신도리코의 한 우물 파기, 옹고집 경영은 철저하다.
사무기기 소모품으로서 복사지 등을 생산해 한 번쯤 제지업에도 눈을 돌릴만 하지만 복사기, 레이져 프린터 등에 역량을 집중해 오고 있다. 본업을 고수하는 일을 무조건 구태의연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잘 할 수 있는 분야, 핵심 역량을 갖춘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기존 사업 구조의 틀 안에서도 지속적인 성과 향상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캐논이나 신도리코는 각각의 사업 영역에서 사업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 제도는 다수를 대상으로 대규모의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한다. 주식회사 제도가 없던 시기에 생각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수단은 기업주의 호주머니 혹은 은행 등 간접 자본 시장을 통하는 수단에 불과했으며,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자금 조달이 어려웠다. 주식회사 제도 이후에 등장한 현대의 거대 기업들은 기업 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 사업을 확장해 왔다.
가능성 있는 사업 아이템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굳이 사업 재원을 구걸할 필요가 없다.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는 오티스 LG는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며 아예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를 택했다. 이들 기업이 공개를 거부하는 첫 번째 동기는 주주, 기업 분석가 등 새로운 이해 관계자들에게 기업 운영권을 침해 당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동기로는 기업 공개에 요구되는 까다로운 절차나 비용 부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초저금리가 지속됨에 따라 은행 등 금융기관을 거치는 간접 조달 비용이 현저하게 낮아진 점도 기업 공개 회피의 또 다른 동기가 되고 있다.
기업 공개를 거부하는 움직임은 대표적인 구습 경영의 일면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주식회사라는 자본주의 최고의 발명품을 거부하고 과거의 자금 조달 방식을 선호한다.

입장에 맞는 수용자세 바람직
이들은 IPO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막대한 상장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비록 자금 조달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좀더 간편하고 수월한 방식을 선택한다.
이들은 IPO 이외에도 기타의 수단을 통해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진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IPO 과정의 지나친 업무 부담, 상장 이후의 경영권 침해 등을 우려한다.
복고풍 경영기법이 모든 기업에게 맞는 것은 물론 아니다. 본업을 고수하는 기업들과 달리 현실에서는 본업을 버리고 도약에 이른 기업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첨단 기법이라고 해, 누구나 도입하는 방식이라 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기법이 우리 기업과 궁합이 맞고, 어떤 사업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지를 아는 일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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