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위기의 아마존

 

그동안 아마존과 제프 베저스(Jeff Bezos)는 승승장구해왔다.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뛰어난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을 제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 벤처기업들이 줄지어 찾고 있는 1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웹서비스 산업도 만들어 냈다. 지속적으로 낮게 나오는 수익성과 간헐적인 적자에도 아마존의 위상과 주가는 연일 치솟았다. 한마디로 제프 베저스는 모든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수년 만에 처음으로 아마존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적들은 더욱 대담해지고 있는 반면 아마존 제품의 질은 고르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리고 경쟁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져가고 있다. 심지어 온갖 여파에도 꿋꿋이 버텨왔던 아마존 주가가 곤두박질을 쳐 역대 최고점 대비 25%나 하락했다. 아마존의 시련에 기뻐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궁금해 할만한 의문이 일고 있다. 아마존의 거침없던 질주에 마침내 제동이 걸린 것일까?

지난 2013년 저널리스트 브래드 스톤(Brad Stone)은 그의 저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팔다(The Everything Store)’에서 회사를 직원과 협력사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부정적 이미지의 기업으로 묘사한 바 있다. 때마침 지난 봄 아마존은 전자책 가격 책정을 둘러싸고 대형 출판사 아셰트 (Hachette)와 갈등을 빚었다. 책 배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아셰트에 보복성 조치를 취한 아마존은 이와 비슷한 분쟁들을 지속적으로 겪으면서 대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파이어폰 실패로 손실 최대
아마존이 안고 있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6월 출시한 스마트폰 ‘파이어폰 Fire phone’(터치 없이 머리의 움직임만으로도 화면을 제어할 수 있고 기기 모서리에 특수 카메라를 부착해 3D 안경을 쓰지 않아도 3D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의 인기가 시들하자 제품 가격을 200달러에서 단돈 1달러로 대폭 낮췄다.

파이어폰으로 인한 손실액은 최근 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8300만달러 가치의 재고가 창고 안에 그대로 쌓여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모두가 인정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다. AWS는 그나마 경쟁사라고 볼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주르(Azure) 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매출과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구글과 IBM도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해 있긴 하다). 하지만 가격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서 모두가 압박을 받고 있다.

아마존은 AWS의 매출액 상승률이 더딘 상태라고 밝혔는데, 그 당시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주르 는 광범위한 기업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존은 2014년 3분기에 4억3700만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의 매출이 계속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신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1분기에만 1억달러 이상을 아마존 스튜디오(Amazon Studios)의 제작사업에 투자했다. 또 상하이 신자유무역지역에 물류유통창고의 건립을 준비 중이다. 2014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중국의 알리바바는 아직까진 아마존과 심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두 기업이 서로의 주요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편에선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월마트가 전자상거래 규모를 늘리고 있고, 구글은 배송서비스를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아마존과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멈춘 성장엔진, 직원들 동요
이는 투자자들에겐 별로 달가운 소식들이 아니다. 아마존 주가는 1년 전 기록한 최고치에서 100달러나 하락한 300달러에 머물고 있다. 6년 만에 처음으로 주가가 부진한 상태에 빠진 셈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마존 직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아마존 전 CEO이자 ‘아마존 방식(The Amazon Way)’의 저자 존 로스먼(John Rossman)은 “회사 주가가 상승해야만 직원들이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락세에 있다고 인식되면 뛰어난 엔지니어를 붙잡아두거나 새로 영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마존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1750만주의 제한부 주식(restricted stock·일정한 조건을 붙여 직원들에게 보수로 지급하는 미등록 주식)의 가중 평균가치는 주당 276달러였다. 이는 직원들이 받는 인센티브의 가치가 전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프 베저스는 ‘궁극의 시장파괴자(the ultimate disrupter)’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그가 이른 시일 내에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그 자신이 파괴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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