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소위 ‘승자의 저주’로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거의 6년 만이다.

박 회장은 6일 금호산업 인수자금 조달 계획서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금호산업 지분 중 50%+1주를 사들이는 계획으로 인수액은 7228억원이다. 이는 9월 채권단과 합의한 가격이다.

구체적 모양은 이렇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한 회사 ‘금호기업’을 10월 만들었다. 일종의 지주회사격이다. 이 회사의 자본금으로 4000억원을 마련하고, 외부에서 3000억원을 빌려온다는 계획이다.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박 회장은 자신과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갖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9.85%)과 금호타이어 지분(7.99%)를 매각, 1540억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주요 대기업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나머지 자금을 마련했다. CJ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억원을 투자한다. CJ는 CJ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을 연계, 물류 사업에서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SK에너지, LG화학, 롯데케미칼, 코오롱, 효성, 한화 등도 100~200억씩 금호기업 지분을 매입한다. 많은 대기업이 우군으로 나선 건 이례적이다. 재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박 회장의 인맥과 저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박 회장 측은 NH투자증권 등 금융사에게도 주식을 담보로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금호산업은 금호기업의 자회사가 된다. 금호산업은 이전까지 사실상 금호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 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금호사옥, 금호리조트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그룹 전체가 박 회장 일가의 품으로 다시 들어간다.

한편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이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산업은행은 계획서를 검토한 뒤 20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그 뒤 박 회장 측이 12월30일까지 대금을 완납하면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된다. 재기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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