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카카오의 로엔 인수

카카오가 음악 서비스 선두기업인 ‘로엔’을 인수했다. 멜론을 서비스하는 국내 1위 음악 콘텐츠 사업자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사들인 것인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1조8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카카오의 임지훈 대표가 처음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서 카카오 경영전략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첫 대목이다. 임 대표는 30대의 젊은 투자 전문가 출신으로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1조8700억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지난해 대기업간 빅딜로 이슈가 된 사례를 살펴보자. 한화가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사들일 때 쏟아 부은 액수가 약 1조9000억원이다.

따라서 카카오의 멜론 인수금액은 과거 삼성의 중후장대형 계열사 4개와 맞먹는 크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란 이야기다. 그만큼 카카오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멜론을 사들였고 이를 통해 카카오의 새로운 전성기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음악 서비스는 세계적인 ICT기업에겐 필수 코스이기도 한데, 애플이 전세계 200여 개국에서 음악서비스를 하는 것이나, 삼성전자가 자체 음악서비스 밀크뮤직을 하는 것도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카카오는 멜론을 말 그대로 맛나게 먹을 수 있을까.

국가대표 음악 플랫폼 기업으로
일단 카카오가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주력 모델은 음악 콘텐츠 서비스다. 시장에서는 카카오와 로엔의 시너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카카오의 강점인 카카오톡과 접목해 음악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카카오가 보유한 기존 콘텐츠와 결합해 또 다른 서비스 확대 등을 한다는 것이다. 모두 카카오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 전문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예측과 분석들이다.

두 기업체의 대표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음악은 모바일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콘텐츠”라며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이 가진 음악 컨텐츠의 결합을 통한 무한한 시너지 창출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음악의 힘이 강력한 시대이긴 하다. K-Pop 한류 열풍만 봐도 대략 짐작이 가는데, 음악 한곡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도 하고, 하루 아침에 전 세계 대중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정도로 폭발력을 지녔다. 전 세계를 강타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굳이 예로 안 들어도 알만한 사실이다.

신원수 로엔 대표도 글로벌 진출을 염두하며 이번 결합을 다음과 같이 총평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로엔이 가진 콘텐츠 경쟁력을 더욱 키워 글로벌로 진출하는 대한민국 대표 콘텐츠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결국 카카오와 멜론이 힘을 합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국가대표 음악 콘텐츠를 수성할 수 있다는 것은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카카오는 국내에서만 4000만명에 육박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톡 위에서 지금도 다양한 플랫폼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카카오 게임하기, 카카오택시 등이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을 비롯해 미용 및 뷰티 사업까지 새로운 사업 지평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카카오톡에 멜론을 탑재하게 된다면, 정말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넘쳐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멜론에서 음원을 산 고객에게 카카오톡의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음악의 힘은 실로 무한한 비즈니스 증폭력을 갖추고 있다. 요약하자면, 카카오가 목표로 하는 건 생활 밀착형으로 고객의 소비생활을 카카오톡의 플랫폼에 밀착시키는 것인데, 음악 서비스만큼 강력한 킬러 콘텐츠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특히 멜론은 카카오의 수익 증진에 있어 달콤한 매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멜론과의 연계 등 카카오톡의 서비스가 견고해지고 성장할수록 카카오가 모바일을 통해 벌어들이는 광고수입은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각종 광고가 따라 붙는 건 당연지사다.

카카오는 당장에 벌어들이는 광고수입보다, 멜론이라는 음악 서비스로 중단기적으로 세계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추친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카카오는 경쟁자인 네이버보다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좀 떨어진다. 네이버의 SNS인 라인(LINE)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 등에서 큰 인기를 끌며 대략 2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따라서 네이버의 이러한 아성을 공략할 수 있는 무기로 멜론을 앞세울 수도 있다. 여기엔 흥미로운 비즈니스 공략법이 적용되는데 바로 연예기획사업인 엔터테인먼트와의 시너지 효과다. 로엔은 음원 서비스 사업이 주력이지만, 가수 아이유와 같은 연예기획사업에도 주력 중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음원과 엔터테인먼트를 ‘한류’라는 큰 바람에 실려 보내 해외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와 시장에서 카카오가 로엔의 최대주주가 된 이상, 아이유와 같은 대형 가수를 양성하는데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예기획 사업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기업에겐 더할 나위 없는 효자 사업인데, 그 이유는 가수를 통해 벌어들이는 음원 수익과 기타 콘서트 공연 수익 등이 즉각적으로 회사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즉 현금을 확보하기 유리한 사업이란 이야기다.

사실 로엔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이 회사를 당초에는 SK그룹이 갖고 있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2005년 SK텔레콤에 인수된 로엔은 2011년 SK플래닛 분사에 따라 자회사로 편입됐다. 여기서 정부의 규제가 발목을 잡은 것인데, 공정거래법 상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2년 내에 해당 지분을 100% 소유하거나 매각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 문제였다.

SK그룹은 로엔의 지분을 100% 인수하기 위해 1300억원이 필요했지만 포기하고, 2013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에 매각한다. 결국 이 사모펀드는 로엔의 대량 지분을 인수한 지 2년 6개월 만에 카카오에 매각하면서 1조 5063억원, 수익률 385%를 기록하게 된다.

참고로 SK그룹이 사모펀드에 팔 때 가격이 2659억원이었다. 한마디로 몇년 사이 이 회사의 가치는 수배로 뛰어올르면서, SK그룹은 좋은 아이템을 놓쳤고, 사모펀드는 남는 장사를 했고, 카카오는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됐다. 같은 로엔을 갖고 3개 기업들이 각각 다른 결과를 만나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현금 창출을 위해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한 것은 아닐 것이지만, 어찌됐든 음원사업이나 연예기획은 수익적 측면을 넘어서,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두 날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예기획 시장의 대격돌도 예상
아무튼 카카오가 로엔을 통해 연예기획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기존의 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도 불가피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우선 기존의 시장 지배자 격인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로엔이 껄끄러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자금력과 막강한 SNS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로엔의 매출은 멜론에서 90%가, 연예기획에서 10%가 나온다. 키울 수 있는 사업이 연예기획 파트인데, 기존  SM, YG와의 한판 승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카카오의 진짜 상대는 SM이나 YG가 아닐 수도 있다. 다름 아닌 CJ E&M이 진짜 싸움의 대상이란 이야기다. CJ E&M은 최근 배우 전지현, 조정석 등이 소속된 문화창고의 지분 30%를 인수했는데 대주주가 되기 위해 다른 지분도 곧 인수키로 했다. 문화창고는 지난 2010년 설립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매출은 500억원도 안 되지만 성장 가능성이 무궁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CJ E&M은 이미 전문 방송채널과 영화사업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고 있는데, 여기에 연예기획까지 확대하면서 말 그대로 수직계열화를 하게 됐다. SM과 YG 투톱의 시장이 하루아침에 CJ E&M과 카카오의 양강체제로 뒤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는 CJ E&M과 카카오가 대규모 투자를 쏟아 붓는 것을 전제로 한 예상치다.

결국 카카오는 로엔의 인수를 통해 일반 대중의 곁으로 한발짝 더 다가왔다. 대중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야말로, 서비스 기업의 최대 경영목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카카오가 로엔을 통해 시작할 신사업은 우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