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여름 한철 해변의 민박집이나 음식점 등이 평소보다 가격을 올려 받으면 ‘바가지 요금’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여름 바캉스 철이면 호텔 가격이 배로 뛴다. 바캉스 철이 아니어도 그 도시에서 좀 큰 국제회의라도 열리면 어김없이 호텔 요금이 오른다.
반면에 대부분의 출장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주말에는 오히려 호텔 요금은 물론 비행기 요금까지 평소의 반 정도로 내려간다.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말레이시아 역시 성수기와 비수기의 호텔 요금이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성수기의 요금이 ‘정상 요금’이고 비수기의 요금은 ‘할인 요금’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경우와 비교하면 ‘아’ 다르고 ‘어’ 다를 뿐 마찬가지 이야기다.
그런데도 여기 사람들은 성수기 요금을 ‘바가지 요금’이라 부르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중 누가 시장을 좌우하느냐가 가격결정에 결정적 요인임은 기본적 상식이다. 중국인들과의 거래에서는 이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주에 장사가 잘 되는 고급식당이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돈을 받는다고 했는데 부근 고급 주택가에 이만큼 싱싱하고 희귀한 해물을 가져다 놓는 집이 없다는 것이 이 식당의 강점이다. 그러나 이 집이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장아찌 종류의 밑반찬은 무료였다. 장사가 잘 되니까 돌변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건 바로 ‘돈’
20여년전 언론계에 들어오기 전에 어떤 대기업에서 수입구매업무를 맡았었다. 그 당시 외교관계는 없었지만 중국 본토의 원료들이 홍콩 무역상을 통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샘플이 공장 검수에 통과돼 본 원료를 구매해 수입하면 3번에 꼭 한번쯤 불량품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럴 경우 홍콩 무역상에게 클레임을 걸면 즉시 해결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본토 물량의 거래가 활발해지자 클레임 해결은 점점 더 느려졌다. 그다지 아쉬울 게 없었던 회사였고 기자도 머리가 아파 그 이후에는 가능한대로 중국 본토 물건을 구입하지 않았다.
곧 그 회사를 그만 두고 언론사로 옮겨왔기 때문에 그 이후의 과정은 알 수 없으나 당시 기자의 판단으로는 중국인과의 거래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능수능란한 상대방 ‘떠보기’
흔히 중국인들이 ‘콴시(關係)’를 중요시한다는데 그 중요하다는 ‘콴시’를 맺기까지는 이쪽에서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할 것이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반 이상이 재투자는 않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중국인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돈’이라는 사실이다. ‘콴시’도 서로 협조를 잘 해서 돈이 벌릴 경우에만 중요시 할 것 같다는 이야기다.
처음 주문 물량 3번에 한번쯤은 꼭 불량품을 보내는 것처럼 중국인들은 거래 상대방을 슬쩍 떠보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잽을 던져 ‘맷집’을 보는 것이다. ‘아니면 그뿐’이란 식으로 시험해 보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첫 잽이다. 그것은 바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 것이다. 마치 흥미 있다는 식으로 친절하게 묻는 것이어서 대개는 “한국”이라고 말하게 된다.
일본인이나 한국인에 게 부르는 가격은 간단히 2, 3배로 오른다. 그들은 특히 일본인보다는 과단성 있고 ‘사나이 강박관념’이 있는 한국인을 그런 점에서 더 즐겨 대한다.
전에는 ‘콴시를 중요시하는 중국인’ 운운하는 신문기사를 보면 ‘그런가’하고 말았는데 여기 와서 오늘로 100일을 지내고 보니 ‘얘기만 듣고 쓴 참 무책임 한 기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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