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세계는 지금 이상 징후들로 요동치고 있다. 지구촌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루가 머다 하고 ‘왕따 사건’ ‘묻지마 살인’‘총기난사’ 등 잔혹한 사건 사고가 터지고 있다. 거기에 ‘99%대 1%’로 대변되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낳은 경제적 위기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21세기 인류는 역사상 가장 잘 살지만 가장 기분이 나쁜 사람들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반비, 2015년 11월)는 벨기에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파울 페르하에허가 내놓은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분석한 사회심지학 책이자 문명비평서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위의 문제점을 파헤치며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정신, 나아가서 정체성까지 어떻게 자신의 논리로 바꿔 버렸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저자는 현대사회를 회계부정 사건으로 망한 회사 ‘엔론’에 빚대어 ‘엔론 사회’라고 규정하고 직장과 학교와 병원에서의 나쁜 변화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오랜 세월 대학은 사회의 거울이었고 지식인과 지도자를 배출하는 전당이었으나 지금은 지식 공장이 돼버렸다. 건강 기업이 돼버린 병원은 사람들에게 병이 들었다고, 병이 들 거라고 공갈을 치고 고객 확보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경제 성과주의(능력주의)는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소비재의 질을 점점 떨어뜨리고 있다. 서양 속담에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라는 말이 있는데 직역을 하면 ‘흥미로운 시대에 살아봐라’이지만 풀어서 해석하면 ‘개똥같은 세상에서 굴러봐라’정도가 되는데 현대 사회가 딱 그 모양이 셈이다.

거리에는 노숙자, 정신병 환자, 마약쟁이, 실업자가 넘쳐나고 심리장애가 사회적인 현상이자 사회문제로 되어가고 있다. 광고로 뒤덮인 언론은 올바른 제품만 사면 모든 욕망이 충족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보낸다. 표만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은 지도자라기보다 직업적 선동가에 가깝다. 마치 우리 사회는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하는 작업에 골몰해 있는 듯하다.

과학은 종교의 기능을 물려받은 듯이 행세를 한다. 폴란드 철학자 레셰크 코와코프스키는 “과학주의의 진실은 종교의 진실보다 토론을 덜 허용하며 과학주의자와의 토론은 종교인과의 토론보다 더 가망이 없다”고 진단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인간의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하는 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인 하지현은 “읽는 내내 지금 우리 사회가 닥친 문제를 거울로 비춰주는 듯해 소름이 돋았다”고 고백하고 있을 정도다.

많은 이들이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지만 해법은 별로 없어 보인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라고 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인류에게 미래가 있는 것 아닌가? 파울 페르하에허는 이 시대에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열려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장애를 대량생산 하는 사회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배자의 권력과 일하는 사람의 권한을 구분하고, 효율성과 행복을 모두 고려하는 노동환경을 만들고 양적인 평가보다 질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이다.

-  글 :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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