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시장이 끓고 있다. 오뚜기 ‘진짬뽕’이 부동의 1위 ‘신라면’을 누르고 판매 1위에 올랐다. 반짝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라면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오뚜기에 따르면 진짬뽕이 작년 12월 기준 대형마트 3사 라면 매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빅뉴스다. 라면시장은 보수적이다. 좀처럼 1위가 바뀌지 않는다. 50여년 라면 역사에서 장기 집권한 라면은 단 세 개 뿐이다. 1963년 출시돼 시장을 독주한 삼양라면, 1987년 그 아성을 깬 농심 안성탕면(1983년 출시), 1991년 이후 현재까지 왕권을 쥐고 있는 농심 신라면(1986년 출시)이 그 주인공이다. 2011년 삼양 나가사끼 짬뽕이 잠시 왕좌를 빼앗았지만 반년 만에 자리를 돌려줬다. 그만큼 라면은 쉽게 끓지 않는 시장이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라면시장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더니 2013년을 고점(2조100억원)으로 2014년 역성장(1조9700억원)을 기록했다. 라면을 대체할 간편식이 늘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라면의 시대가 저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게 ‘중화 열풍’이다.

더 이상 신라면으로 안주할 수 없게 된 농심은 2015년 4월‘짜왕’을 출시하며 손님 몰이에 나섰다. 기존 짜장라면과 차별된 맛을 선보인 짜왕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출시 한달 만에 전체 라면 시장에서 매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경쟁사 역시 앞다퉈 유사 제품을 냈고, 전체 라면 시장은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짬뽕 라면이다. 이번에는 오뚜기가 빨랐다. 10월 오뚜기가 ‘진짬뽕’을 내자, 소비자들은 군침을 삼키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진짬뽕은 출시 두달 만에 2000만개, 석달여 만에 4000만개가 팔렸다. 짜왕의 초기 판매기록조차 뛰어넘는 인기였다. 농심은 스타트가 늦었다. 제품 개발은 빨랐지만, 출시를 미뤘다. 짜왕이 잘 팔리는 상황에서 새 제품을 서둘러 내놓을 이유가 없었다. 농심은 11월 ‘맛짬뽕’을 내놓고 진짬뽕을 빠르게 추격해가고 있다.

중화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라면시장은 다시 2조원 대를 회복했다. 오뚜기 라면 시장점유율도 18.3%(닐슨코리아, 2015년 기준)로 전년보다 2.1%포인트 올랐다. 진짬뽕의 인기는 허니버터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2014년 출시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장수과자 새우깡을 단숨에 밀치고 대표 스낵으로 자리매김했다. 위기 속 빛나는 한판승이다.

- 글 : 차병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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